행동주의 주주와 회사 사이에 체결된 협조계약

행동주의 주주가 경영진을 비판하며 행동에 나서는 경우 전면전으로 돌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전에 경영진과의 합의로 행동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합의의 내용에는 보통 그 주주 쪽에서 지명하는 후보를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포함된다. 오늘은 이러한 합의에 대한 회사법적 검토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ennifer O’Hare, Against Activist Cooperation Agreements, 113 Kentucky L.J. __ (2025). 저자는 펜실배니아주 소재 Villanova대학 로스쿨에서 회사법을 강의하는 교수이다.

저자는 행동주의 주주와 회사 사이의 합의를 협조계약(Cooperation Agreements)이라고 부른다. 협조계약에는 여러 내용이 포함되지만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주주추천이사의 선임에 관한 합의이다. 저자는 그러한 합의는 주주가 위임장쟁탈전과 관련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이유로 델라웨어주법상 이사의 신인의무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는 행동주의 주주와 협조계약에 관한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협조계약의 주요조항을 설명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악명높은 Elliott Management가 관여한 최근 사례를 소개한다. II장에서는 최근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협조계약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본다. 주주가 추천하는 이사의 수가 통상 2명이고, 추천된 이사는 통상 주주와 무관한 자라는 점, 주주추천이사는 보통 이사회 구성원 수를 증가시켜 발생한 여석을 채우는 식으로 선임된다는 점 등을 설명한다. III장에서는 협조계약의 영향을 검토한다. ①회사에 대한 영향, ②이사회에 대한 영향, ③행동주의 주주에 대한 영향, ④일반주주에 대한 영향 등으로 나누어 검토한다. 이 중에서 저자의 주장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④이다. 저자는 주주에 의하여 구성되어야 할 이사회가 주주의 의결권행사 없이 구성된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상 이사회는 자체적으로 그 구성원 수를 늘릴 수 있고 그 경우의 여석은 주주총회를 개최할 필요 없이 이사회가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의 핵심은 IV장과 V장이라고 할 수 있다. IV장은 행동주의 주주의 행동에 대한 이사회의 조치에 적용할 회사법상의 심사기준을 설명한다. 한편 V장은 그 기준에 따르면 협조계약은 이사의 신인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담고 있다. IV장은 델라웨어주법상 심사기준의 변천을 명쾌하게 조망한다. 2023년 Coster판결이 있기 전의 심사기준으로 Unocal기준, Schnell기준, Blasius기준을 살펴본 후 Blasius기준을 둘러싼 판례의 우여곡절을 간단히 서술한다. 이어서 이러한 혼란이 최근의 Coster판결에 의하여 마무리된 과정을 정리한다. 끝으로 V장에서는 Coster판결에서 채택된 보다 강화된 형태의 Unocal기준에 따르면 협조계약이 이사의 신인의무 위반이라는 점을 Unocal기준의 각 요건 별로 나누어 제시한다.

평소 막연히 행동주의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전면전을 치르는 것보다는 타협을 통한 합의에 이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로서는 협조계약을 부정적으로 보는 저자의 견해를 아직도 선뜻 수긍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저자의 견해에 대한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논문에 담긴 협조계약의 실태에 관한 정보와 심사기준의 변천에 관한 설명은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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