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법에서 델라웨어주법의 압도적 지위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스타트업들도 대부분 델라웨어주법을 설립준거법으로 택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지만 델라웨어주법의 親경영자적 경향은 빠짐없이 언급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델라웨어주법이 특히 지배주주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이유로 다른 주를 찾는 움직임(대표적인 예로 텍사스주법으로 갈아탄 테슬라)도 등장하고 있다. 과연 이런 변화가 델라웨어주 회사법의 독보적 지위를 위협할 지경까지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이제까지 우리와는 거리가 먼 미국적 논의로 여겨 짐짓 외면해왔지만 그 논의의 밑바닥에 깔린 델라웨어주법원의 최근 판례에 대한 기업과 학계의 불만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은 지난 번(2024.11.30.자)에 이어 최근 판례에 대한 불만을 잘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onathan R. Macey, Delaware Law Mid-Century Far From Perfect but Probably Not Leaving for Las Vegas (2024). 명문 Yale Law School 교수인 저자는 회사법과 금융규제의 권위자이다,
저자는 델라웨어주 법원의 최근 판례들에 대한 지배주주와 기업변호사들의 불만으로 인하여 델라웨어주의 우월적 지위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런 판례의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은 머스크의 스톡옵션에 관한 Tornetta판결(2024.1.31.자)과 주주간계약에 관한 Moelis판결(2024.3.5.자)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저자는 이들 판례의 배후에는 일부 판사들의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깔려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이들 판사가 지배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소수주주들이 특별히 원하거나 가치있는 것으로 여기지도 않는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 판결이 설립지를 선택하는 지배주주와 그의 법률고문의 결정에 미칠 영향을 경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최근의 판례와 그 판례에 대응하기 위하여 주의회가 취한 행동에 대해서 세 가지 점을 지적한다. ①지배주주의 이익을 도외시한 이들 판결과 관련하여 판결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소수주주는 판결의 혜택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는 그 결정에 반대하였다. 소수주주의 보호를 표방한 판례들이 실제로 실효성이 없었다는 근거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점을 제시한다. ⓐ 델라웨어법이 지배주주 있는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감소시킬 수도 있다는 실증연구, ⓑ머스크의 스톡옵션을 박탈함으로써 소수주주들을 보호한 판결을 전후하여 테슬라의 소수주주들이 그 스톡옵션을 승인하였다는 점, ⓒ소수주주가 델라웨어 형평법원에서 무효로 선언한 지배주주와 회사 간의 계약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한 후에도 그 회사에 투자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점. ②지배주주와 그 법률고문들은 최근의 판례로 인하여 델라웨어를 설립지로 선택하는 것을 점점 더 불편해하고 있다. ③델라웨어 주의회는 델라웨어의 우월적 지위를 해치는 이들 판례를 번복할 수 있고, 또 실제로 번복하기도 했지만, 이들 판결을 내린 판사들의 反지배주주적 성향을 바꿀 수는 없다. 저자는 이상과 같은 이유를 들어 델라웨어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위협은 여전히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결론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