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공시는 자본시장규제의 핵심을 구성한다. 공시규제의 효시는 미국의 연방증권규제법이다. 오늘은 미국의 증권공시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담은 논문을 소개한다. J. Robert Brown, Revisiting “Truth in Securities Revisited” The SEC Disclosure Regime in the New Millennium, Journal of Law and Political Economy (2024). 저자는 Denver대 로스쿨 교수로 회사법과 증권법 전문가이다.
1930년대에 출현한 미국의 연방증권규제는 발행시장공시를 중심으로 하였으나 1982년 이른바 통합공시(integrated disclosure)제도를 채택함으로써 유통시장공시 중심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전환의 단초가 된 것은 1966년 Milton Cohen이 발표한 논문이었다. 그는 유통시장의 성장에 따라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도 변화하였음을 근거로 공시규제의 개혁을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에 따라 형성된 1982년 체제는 지난 40여년간 대체로 유지되고 있지만 저자는 그것을 개혁할 시점이 도래하였다고 주장하며 몇 가지 개혁방안을 제시한다.
논문은 서론을 제외하면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1982년 체제의 단초가 된 Cohen의 논문과 그로 인하여 1982년 체제에 이르게된 과정을 조망한다. II장에서는 1982년 체제의 핵심개념인 중대성(materiality)이 공시와 관련된 경영자의 재량을 과도하게 허용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은근히 부러워하기도 했던 MD&A에 대해서 저자가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점은 다소 의외였다. 저자는 특히 개선의 필요가 있는 사항으로 다음 세 가지를 지적하며 III, IV, V장에서 각각 검토한 후 개선책을 제시한다. ①공시의 비교가능성, ②기관투자자와의 의견교환(engagement)을 뒷받침하는 공시, ③재무정보의 세부화 및 비교가능성.
①과 관련하여 저자는 투자자에게는 절대적 수치만이 아니라 그것이 경쟁대상기업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SEC가 비교가능성의 필요를 도외시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예외적인 분야로 경영자보수와 기후변화에 대한 공시를 소개한다. 저자는 비교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일반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지표(metrics)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②와 관련하여 저자는 Cohen논문이 발표된 시점에 비하여 현재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는 자본시장의 변화에 주목한다. 이들 기관투자자는 보유주식 처분을 통한 퇴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저자는 이들을 “영구적 자본”(permanent capital)이라고까지 부르는데 이들에게는 경영자에 대한 의견제시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영자에 대한 영향력행사와 관련하여 저자는 회사의 위험과 위험통제장치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③과 관련해서는 재무정보가 너무 범주가 커서 의미있는 정보가 되지 못하므로 그것을 세부적으로 쪼개서 정보의 효용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VI장은 결론으로 이러한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SEC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고시(concept releases)의 채택이나 자문위원회의 설치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