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증권거래소의 쇠퇴와 그 원인(II)

런던은 금융의 중심지이고 그 중심에는 런던증권거래소(LSE)가 있다. 그 LSE가 쇠퇴하고 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2년 전 한번 다룬 바 있다(2023.6.20.자). 오늘은 같은 주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검토한 최신 문헌을 소개한다. Alperen Gözlügöl, The Decline of Stock Markets in the UK: Is Regulation to Blame and Deregulation a Fix? (2024) 발음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기이한 이름을 가진 저자는 역시 LSE로 불리는 영국 명문대 로스쿨의 조교수이다.

IPO와 상장회사의 수 감소로 대표되는 LSE의 퇴락은 지난 번 논문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 원인으로는 엄격한 규제를 드는 견해가 압도적이다. 그리하여 LSE의 부흥을 위해서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고 실제 그것을 위한 각종 조치들이 추진된 바 있다. (그러한 조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 Hill Review에 대해서는 2021.5.12.자 포스트 참조) 저자는 LSE의 쇠퇴가 규제 탓이라는 통념과는 반대로 규제가 주된 원인은 아니며 시장의 생태계가 더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영국의 증권시장과 실물경제의 최근 동향을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회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증거는 없고 IPO나 상장회사의 감소는 영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지만 영국시장에는 미국에 비하여 시가총액이 높은 테크기업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III장에서는 자본시장의 발전에서의 규제의 역할을 검토하고 최근의 규제완화의 배후에 있는 정책적 근거를 살펴본다. 저자는 자본시장의 발전이 혁신과 R&D투자를 뒷받침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자본시장의 발전을 견인하는 과정에서 규제의 역할은 덜 명확하다고 주장한다. 규제에 의한 투자자 보호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규제의 일률적인 적용으로 인하여 비효율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책당국은 당초에는 전자의 사고를 따랐으나 최근의 개혁 시에는 후자의 고려를 반영하여 다수의 강행규정들을 폐지하였다.

IV장에서는 최근 영국 금융시장에서 진행된 (상장규정, 경영자보수 등에 관한) 규제의 변화를 설명하고 영국의 정책담당자가 걱정하는 현상의 원인이 규제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규제완화는 개선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끝으로 V장에서는 (자본시장에서의 공급자, IPO투자자의 행태, 애널리스트의 역할 등) 시장의 생태계를 조망한다. 시장의 생태계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음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한다. ①투자자의 구성과 행태, ②유동성, ③가치평가. 저자는 ①은 중요한 영향이 없다고 보고 ②와 ③의 영향을 강조한다. ②와 관련해서 저자는 영국시장이 미국에 비하여 특히 테크기업의 경우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미국시장을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③과 관련해서는 LSE에서는 미국시장에서보다 기업들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견해의 당부에 대해서 검토한 후 저평가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유동성 부족의 탓이 클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최근의 개혁조치에서 효과적으로 반영되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 반영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현재의 개혁조치의 실효성을 반감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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