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법무 신년호를 받아보고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이제껏 유지되었던 세로쓰기 방식이 가로쓰기 방식으로 바뀐 점이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출판물들이 대부분 가로쓰기로 바뀐 상태지만 세로쓰기로 된 책을 보면 전통을 숭상하는 일본인들의 고집이 느껴지곤 했다. 이제 주위의 책중에서는 에가시라교수의 교과서 정도가 남은 것 같다. 그런데 1923년 나온 회사법논문집은 가로쓰기로 바뀐 것을 보면 교과서도 가로쓰기 체제로 전환할 날이 머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말이 나온 김에 뒤늦은 소식이지만 에가시라교수는 2024년 일본에서 문화예술인에게 수여하는 최고훈장인 문화훈장을 수상하였다. 작년 11월 동경에서 만난 이와하라교수는 원래 문화훈장은 80세를 훌쩍 넘은 인사들에게 수여하는 것이 통례인데 78세라는 젊은 나이(?)에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30년 전 어느 동경대교수가 문화훈장을 받는 조건 중 하나는 長壽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40살에 불과했던 나로서는 80살이란 나이는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로 눈에 띈 것은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이와하라교수의 논문이었다. 岩原紳作, “比較法的に見た我が国会社法[上][中][下]” 商事法務 2379号~2381号. 무려 3회에 걸쳐 연재된 이 논문은 어느 로펌에서 변호사들을 상대로 발표한 원고를 정리한 것이라는데 그 수준이 높은 것은 이와하라교수 글의 특징이니 접어두더라도 변호사들이 그런 학술적인 내용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놀랍고 또 부러웠다.
이 논문은 비교법적인 시각으로 일본의 회사법이 어느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조망한 것이다. 우리가 (다른 법도 마찬가지지만) 회사법을 개정할 때에는 주요 선진국들의 입법동향을 주목하여 가급적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온(김건식, 다시 생각해 보는 기업지배구조 BFL 129호 111면) 나로서는 당연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 논문은 공개회사를 중심으로 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본 회사법의 상황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최신동향과 비교하며 검토한 것이다. 그리하여 최소한의 노력으로 일본은 물론이고 이들 4개국의 최신 상황을 파악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논문은 기본적으로 제정법의 규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외국법과 평면적으로 대비하는데 그치지 않고 회사법을 둘러싼 법조현실과 같은 환경적 요소까지 아우르고 있어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논문이 초점을 맞춘 회사법의 구체적 논점은 다음과 같다.
1. 자본제도
2. 신주 및 신주예약권의 발행
3. 조직재편
4. Squeeze-out
5. 주식매수청구권등에서의 가격결정
6. 공개매수, sell-out
7. 매수방위책
8. 주주의 의결권
9. 의결권의 행사방법, 기타, 주주의 공익권
이들 논점의 대부분은 현재 일본 회사법학계와 실무계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것들이다. 그 논점들과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논의 중인 것들과의 차이를 따져보면 우리 회사법의 비교법적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논문은 현재의 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일본법의 경우에는 100여 년에 걸치는 오랜 입법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조망하고 있어 큰 흐름을 파악하는데 편리하다. 저자는 1994년 이후의 일본 회사법 역사를 기본적으로 “美國化”의 역사였다고 평가한다. 그 주요특징을 회사채권자 보호라는 고려의 후퇴라고 지적하며 그것이 다소 과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