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사와 신인의무

2018년 Bainbridge교수와 Henderson교수는 “이사회의 아웃소싱”(Outsourcing the Board)이란 책을 발간한 바 있다. 그 책에서 저자들은 자연인 이사들을 이사회 서비스 업자(board service provider)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였다. 오늘 소개할 Verstein교수의 논문은 이처럼 자연인 이사들을 법인으로 대체하는 경우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Andrew Verstein, Upstream Liability, Entities as Boards, and the Theory of the Firm, 74 Business Lawyer 313(2019). 우리 현실에서 이런 논의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법인이사제도는 우리 자본시장법에서도 투자회사 등 일부 집합투자기구에 도입되어 있으므로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Verstein교수의 논문은 법인이사를 도입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몇 가지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자본시장법의 운영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없지 않다.

저자는 ➀법인이사가 신인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법인구성원의 책임 문제와 ➁법인이사의 이익충돌거래 시에 이익충돌을 정화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관점에서 더 관심을 끄는 것은 ➀이라고 하겠다. 저자는 그와 관한 델라웨어주 판결인 In re USACafes, L.P. Litig., 600 A.2d 43(Del. Ch. 1991)판결을 기초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사안은 합자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을 맡는 회사의 이사가 제3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합자조합의 재산을 그 제3자에게 저가로 매도한 경우였다. 유명한 Allen판사는 업무집행조합원 회사의 이사에 대한 합자조합의 유한책임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였다. 이런 “fiduciary veil piercing”에 대해서는 비판론도 많았지만 저자는 이사에게 공범으로서의 방조책임을 인정하는 대안보다는 직접 책임을 인정하는 USACafes판결의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 근거로는 여럿을 들고 있지만 그런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충실의무(duty of loyalty)의 회피가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➀과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 법인이사의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이냐의 문제이다. 저자는 이에 관해서는 법인에서 이사회에 상응하는 조직의 구성원에 한정하여 책임을 인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법은 투자회사의 경우 “법인이사는 법인이사의 직무를 정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자를 그 임직원 중에서 선임”하여 “투자회사에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198조 4항). 이런 직무수행자가 법인이사와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식의 직무수행자가 아닌 임직원도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그 경우 근거조문으로는 자본시장법 64조 2항, 상법 401조의2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나 이들 조문의 문언이 문제해결에 적절한지는 검토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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