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 한 달을 실리콘밸리가 있는 스탠포드에서 보내면서 “벤처투자와 법적 인프라”에 관한 글을 썼다(증권법연구 1권 1호(2000.12) 기업지배구조와 법 76-101면). 당시 미국에서는 벤처투자에 관한 문헌이 쏟아져 나왔으나 이른바 dot.com붐이 깨지면서 학계의 관심도 덩달아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IT와 바이오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수년 전부터 다시 스타트업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부활한 것 같다. 2020.4.15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Bratton교수의 우선주에 관한 논문은 그 한 예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년 전부터 스타트업의 상승세가 괄목할만하다. 법률 쪽에서도 스타트업의 법률서비스수요를 겨냥한 부티크 로펌이 출현하는 등 20년 전보다는 관심의 수준이 높아진 것 같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학문적 연구나 로스쿨에서의 강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못한 상태이다. 오늘은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겸 스타트업에 관한 최근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Elizabeth Pollman, Startup Governance, 168 U. Pa. L. Rev. 155 (2019)
이 논문은 회사법과 지배구조 관점에서 스타트업에 관한 쟁점들을 조망한 것으로 최근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이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I장에서 스타트업의 특성을 설명하고 II장에서 스타트업 지배구조의 문제가 일반 기업의 경우와 어떻게 다른지를 지적한 후, III장에서 현재 스타트업을 둘러싼 쟁점들과 개선방안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먼저 스타트업의 특징으로는 두 가지를 제시다: ➀ 다른 기업과는 달리 스타트업은 참여자들이 exit를 목표로 한다. ➁보통주 외에 우선주도 다양한 내용으로 발행되는 등 재무구조가 복잡하다. ➀과 관련하여 exit에 대한 수요는 자금을 제공한 벤처캐피탈이 가장 크겠지만 스톡옵션을 가진 종업원은 물론이고 창업자도 공유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업자가 exit을 하지 않고 계속 최고경영자로 남아 심지어 마치 재벌의 총수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예도 많은데 두 나라 사이에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는 앞으로 연구해 볼 과제라고 할 것이다. ➁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우선주가 발행되는 경우는 주로 스타트업의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스타트업에서는 주주와 경영자 사이의 대리문제에 못지않게 다양한 투자자들 사이에 장래의 자금조달 및 exit과 관련해서 이익충돌이 복잡하게 발생하고 이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화된다.
저자는 현재 스타트업의 쟁점으로 ➀감독의 실패와 ➁exit지연으로 인한 가버넌스와 유동성 문제를 들고 있다. 최근 스타트업에서 발생한 스캔들을 보면 이사회에 의한 감독이 기대와는 달리 크게 미흡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저자는 이것이 벤처캐피탈측 이사가 적절한 감독을 할 인센티브나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독립이사 선임의 장단점을 논한다. 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여러 이유로 IPO하는 회사가 1/3로 격감하였다. 또한 스타트업 중에는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금사정이 좋은 기업이 존재한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exit을 목표로 하는 이유는 ➀복잡한 재무구조로 인한 가버넌스의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➁참여자의 유동성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참여자의 유동성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과 그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끝으로 저자는 회사법의 기본 법리를 스타트업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 예로 2020.4.15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보통주와 우선주의 이익충돌의 문제를 든다. 저자는 우선주주의 이익을 계약만으로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Bratton교수와 마찬가지로 Trados판결에서 법원이 회사가 보통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한다는 견해를 취한 것에 대해서 비판을 가한다.
마침 Pollman 교수님께서 오늘 이 논문에 관해서 팟캐스트 인터뷰를 하셨네요. 요즘 로스쿨 교수님들이 진행하시는 인터넷 팟캐스트들이 유행중입니다. https://boardroom-governance.com/episodes/elizabeth-pollman , 이 링크로 가시면 어느 부분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얘기 했는지도 아주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들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포스트가 시의적절했던 것 같네요. 인터뷰를 조금 들어보았는데 Host의 논문평가가 내 생각과 꼭 같군요. 나중에 산보할 때 전부 들어보고 다른 인터뷰도 들어볼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