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empty voting의 문제는 이제 우리 학계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테마는 아니다. 오늘은 주식이 아니라 채권의 경우 위험이전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다룬 논문을 소개한다. Henry T. C. Hu, Corporate Distress, Credit Default Swaps, and Defaults: Information and Traditional, Contingent, and Empty Creditors, 13 Brooklyn Journal of Corporate, Financial & Commercial Law 5-32 (2018) 저자는 empty voting에 관한 일련의 논문으로 유명한 회사법학자이다.
저자는 empty creditor문제만이 아니라 도산임박회사에서의 정보비대칭이란 일반적인 문제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도산임박회사에서의 이사의 의무에 대해서는 저자도 훌륭한 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Henry T. C. Hu & Jay Lawrence Westbrook, Abolition of the Corporate Duty to Creditors, 107 Columbia Law Review 1321(2007)), 나도 수년 전 그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일이 있다(도산에 임박한 회사와 이사의 의무, 상사법연구 30권 3호 (2011)). 그러나 도산임박회사에서 발생하는 정보비대칭의 문제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는데 이 논문은 그 문제를 다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자는 도산임박회사에서의 정보비대칭을 ➀회사에 관한 정보의 비대칭과 ➁회사외부의 정보비대칭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지만 보다 흥미로운 것은 ➁이다. ➀의 원인으로는 회사가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관계자들이 정보공시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는 점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이른바 “final period problem”). 저자는 그에 추가하여 도산임박회사의 경우에는 집단소송의 허가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점과 회사의 장래전망에 대한 기재가 포함되는 MD&A의 부실기재에 대한 민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가 불확실한 점을 정보비대칭이 발생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➁와 관련하여 저자는 먼저 채권에서 위험의 분리가 일어나는 현상(debt decoupling)을 소개한다. 채권에서의 위험분리는 주로 신용스왑(credit default swaps: CDS)을 통해서 일어난다. 채권자가 채무자 신용위험의 100%에 대해서 보장매입을 한 경우에는 채권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empty creditor라고 한다. 신용위험의 100%를 초과하여 보장매입을 한 경우에는 반대의(negative) 경제적 소유권을 가진 empty creditor라고 부른다. 이런 empty creditor는 채무자의 도산(내지 신용사건발생)에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그것을 선호할 수도 있다. 저자는 그 문제를 4건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설명한다.
부실회사에 관한 CDS를 누가 얼마만큼 거래하는지의 정보는 회사외부의 정보(extra-company information)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정보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저자는 일부 간단한 언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앞으로의 연구로 미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