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회사의 목적과 관련하여 회사가 주주이익 외에 이해관계자이익까지 추구해야하는지 여부가 많이 논의되고 있다. 오늘 소개할 글은 이 문제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한 것이다. Ann Lipton, Beyond Internal and External: A Taxonomy of Mechanisms for Regulating Corporate Conduct(20 Apr 2020), Wisconsin Law Review, Forthcoming 저자는 회사가 사회적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의견의 일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견해에 의하면 회사내부를 규율하는 회사법과 증권법은 주주이익극대화를 추구하고 사회적이익은 회사외부의 규제법에 의해서 보호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이분법은 너무 단순해서 복잡한 현실을 적절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글에서는 내부를 규율하는 회사법과 외부를 규율하는 규제법이란 이분법 대신 회사행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모습을 동원되는 메커니즘의 양태에 따라 구분하여 고찰한다. 저자는 그 메커니즘을 세 가지로 나누어 I, II, III장에서 각각 살펴보고 있다.
I장에서는 이사와 같은 회사기관에 대한 직접 통제 메커니즘을 살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인의무이지만 주주가치극대화를 추구할 의무는 실제로 그다지 영향력이 없고 그 대신 환경법 등 규제법을 위반하는 경우 이사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 이사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회사행동을 끌고 갈 인센티브를 갖는다.
II장에서는 사적 주체로 하여금 회사기관의 행동을 규율하도록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고찰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도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자는 견해를 들고 있다. 노동자가 경영자 선임에 관여하게 되면 경영자들이 노동자 이익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할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노동자들의 이익은 사회전체의 이익과 대체로 일치된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견해라고 한다.
III장에서는 회사기능에 영향을 줄 목적으로 회사조직(corporate architecture)을 규제하는 메커니즘을 검토한다. III장은 논문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그 내용도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III장은 4가지 측면을 조망하고 있다. ➀회사의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➁회사가 금지된 행동을 취할 능력을 박탈하며, ➂회사의사결정과정에 공공의 참여를 허용하고 ➃나아가서는 좋은 투자자들로 주주를 구성함으로써 근본적으로 좋은 회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
➀과 관련 기존 회사기관구조는 기본적으로 회사가치극대화에 기여하도록 설계되어있지만 경영자들의 법위반을 적절히 억제할 수 있도록 구성될 수도 있다. 저자는 유한책임의 보호를 받는 주주들이 회사이익을 노리고 경영자들의 법위반을 유도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면에서는 경영자를 주주의 영향으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준법감시(compliance)절차에 관해서 검토하고 있다.
➁는 사회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서 회사의 행동능력자체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저자는 회사행위에 이사회(또는 독립이사)나 주주총회의 승인을 요하는 것도 그런 제약의 하나로 들고 있다.
➂은 회사의사결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것이다. 그 수단으로는 정보공시를 들고 있다. 회사가 어떤 결정을 하기 전에 정보를 공시하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이다.
➃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으로 저자는 가장 많은 지면을 이 설명에 바치고 있지만 솔직히 그 내용은 모호해서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보통 주주의 속성과 추구하는 목적은 이미 정해져있는 것으로 상정하지만 저자는 규제당국이 규제를 설계하기에 따라서는 특히 기관투자자의 경우 사회적이익에 부합하는 회사행동을 선호하는 쪽으로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이 논문은 내부의 회사법과 외부의 규제법이라는 식의 깔끔한 구분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고 사회적이익을 위한 규제의 영향이 회사운영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논의자체가 혼란스러워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그것은 어쩌면 현재 회사를 둘러싼 현실자체가 복잡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