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직의 성패는 리더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유능한 CEO를 선임하는 것에 못지않게 무능한 CEO를 빨리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가 덜 부각되는 것은 CEO교체가 주로 지배주주 뜻에 따라 조용히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지배주주 있는 기업이 드문 미국에서는 CEO교체가 주로 이사회에 맡겨져 있다. 오늘은 미국에서 과연 실적부진이 CEO교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최신의 실증연구를 소개한다. Dirk Jenter & Katharina Lewellen, Performance-Induced CEO Turnover (2020)
저자들이 CEO교체가 실적부진에 기인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채택한 방법은 흥미롭다. 그들은 좋은 실적의 기업에서 CEO교체가 일어나는 비율을 산정한 후 그 보다 높은 비율로 교체가 일어난 경우에는 그 초과부분은 실적부진에 따른 것으로 추정한다. 그 결과 기존 연구에서는 실적부진에 기인한 CEO교체는 20%정도로 보았지만 그들은 거의 절반으로 보았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를 그들은 기존 연구에서 자발적인 사임으로 분류되었던 경우가 실적부진 후에 많이 발생하였는데 실제로는 그 중 다수가 실적부진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는 60세 이상의 CEO가 교체되는 경우는 자동적으로 자발적인 것으로 분류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보았다.
기존 연구에서는 CEO재직기간이 길수록 이사회구성에 대한 영향력이 커져서 강제적인 교체가 줄어든다고 보았다. 그러나 저자들은 일부 아주 오래 재직한 CEO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실적부진으로 인한 교체는 CEO재직기간과 관계없이 대체로 일정하다고 한다. 심지어 이런 사정은 창업자인 CEO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사회는 먼 과거의 실적보다는 가까운 과거의 실적을 중시한다는 사실이다. 또한 CEO교체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인 회사스캔들, 행동주의 주주의 간섭, 기관투자자의 주식처분의 경우에도 실적과 무관한 CEO교체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조사결과를 기초로 실적부진으로 인한 교체가 CEO에 대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사외이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저자들의 연구결과는 미국 기업의 사외이사들이 일반 통념보다는 제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차등의결권주식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것은 어쩌면 이사회의 견제력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현상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