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에 대한 비판적 분석

우리나라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로 불리는 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는 2010년 도입된 후 많이 활용되고 있다. (금감원 보도자료 2020.6.24.) SPAC의 모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가히 붐이라고 할 정도로 기업공개의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SPAC는 국내에서도 비교적 잘 소개되어 있는데 최근 보다 심층적이고 비판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나와 소개한다. Michael Klausner & Michael Ohlrogge, A Sober Look at SPACs (2020). Ohlrogge교수는 NYU로스쿨의 젊은 조교수이고 Klausner교수는 이제 원로반열에 들어선 Stanford로스쿨의 교수이다. Klausner교수는 지난 20년간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가깝게 교류하는 사이이다. 원로라고 하지만 심할 정도로 권위나 형식을 싫어하는 성미로 내가 만난 학자들 중에서 전통적인 설명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빈도가 가장 높은 사람으로 꼽을 수 있겠다.

SPAC의 장점으로는 다음 4가지를 드는 것이 보통이다.

➀공개하는 회사로서는 발행가격 할인(underpricing)을 피할 수 있어 공개비용이 저렴하다.

➁IPO의 경우보다 가격결정이나 거래체결의 확실성을 담보할 수 있고 절차도 신속하다.

➂사업이 복잡하거나 불확실해서 통상의 IPO에서 제외될 중소기업의 공개를 위한 통로가 될 수 있다.

➃누구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투자대상기업에 투자하여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소득층의 사모펀드”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다.

저자들은 2019년1월부터 2020년6월 사이에 합병을 통하여 공개한 47개의 SPAC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들 4가지 장점이 대부분 과장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SPAC를 통한 공개비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런 고비용 문제를 희석(dilution)이란 개념으로 표현하며 논문의 주된 부분을 희석문제를 설명하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를 분석하는데 바치고 있다(III&IV). 저자들은 희석이 발생하는 이유로 다음 3가지를 들고 있다. ➀딜을 주도하는 스폰서에 제공되는 특별이익(promote), ➁인수수수료, ➂워런트행사로 인한 합병 후 주식의 희석. 이런 희석요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만 특히 SPAC주주의 상환으로 가중되게 된다. 이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스폰서의 특별이익인데 스폰서는 SPAC발행주식의 20%까지를 명목상의 금액으로 인수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린다. 스폰서는 합병 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일정 기간 내에 합병을 하지 못하면 투자금을 반환해야하기 때문에 일반주주에게는 유리하지 않은 합병도 추진할 유인이 있다.

저자들의 추산으로는 통상의 IPO비용이 27%정도(인수수수료 7% + 저가발행 20%)라면 SPAC을 통한 공개비용의 중간치는 50.4%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희석으로 인한 비용은 SPAC에 투자하여 합병 후까지 남아있는 투자자가 부담하고 이익은 주로 스폰서가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SPAC이 그처럼 널리 활용되는 이유라고 할 것이다. 저자들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기존에 제시되는 SPAC의 여러 장점들을 검토하고 있는데(V) 소개는 생략하지만 역시 대체로 부정적이고 그런 장점들은 굳이 SPAC에 의하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하바드 블로그에는 며칠 전 SPAC에 관해 변호사들이 쓴 포스트가 올라와 있다. 국내문헌으로는 제도 도입 전인 2008년 발표된 이경윤, 박권의 두 변호사의 논문(BFL 32호 2008.11 46면)이 있지만 2010년 거래소에서 펴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제도해설”이란 책자가 상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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