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의 이익충돌

오늘은 4.15자 포스트에 이어서 우선주에 관한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Sarath Sanga & Eric Talley, Don’t Go Chasing Waterfalls: Fiduciary Duties in Venture Capital Backed Startups(2020). Sanga교수는 노스웨스턴, 그리고 Talley교수는 콜롬비아 로스쿨 회사법 교수이다.

실제로 우선주는 벤처기업이 벤처캐피탈(VC)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발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단 우선주 발행으로 주식의 동질성이 무너지게 되면 우선주주와 보통주주 사이에는 주주와 채권자 사이에서와 비슷한 이익충돌이 발생한다. 주주와 채권자 사이의 이익충돌과 관련하여 이사는 적어도 도산 전까지는 주주이익을 추구하면 신인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에서는 이사가 어느 쪽을 우선해야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양자 사이의 이익충돌은 특히 회사가 사업의 계속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에 두드러진다. 우선주를 보유한 VC는 자신의 출자만 회수할 수 있다면 보통주에 불리하더라도 회사매각을 원할 것이다. 반대로 보통주주는 사업을 계속하여 성공의 과실을 차지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들의 다툼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주와 우선주 사이의 이익충돌에 관하여 가장 유명한 판례는 2013년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Trados판결이다. 그 판결의 사안은 VC가 대상회사의 우선주에 투자하였지만 이사회를 장악한 경우였다. VC는 창업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도에 회사를 매각하여 출자를 전액 회수하였으나 매각대금의 부족으로 보통주주는 전혀 회수하지 못하였다. 보통주주가 V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법원은 이사회의 매각결정에 전면적 공정성 기준(entire fairness standard)을 적용하고 절차적 공정성의 결여를 인정하면서도 보통주주의 몫이 0이었기 때문에 가격의 공정성은 충족되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손해를 부정하였다. 법원은 그런 경우에도 이사가 고려할 것은 우선주주가 아닌 보통주주의 이익이라고 판시하였다.

저자들은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사의 신인의무와 두 가지 종류 주주들의 상이한 인센티브 사이의 관계가 사전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우선주와 보통주 사이의 이익충돌의 모습은 항상 동일한 것이 아니고 우선주주에 부여된 특별한 권리와 회사가치의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우선주주에 부여된 특별한 권리의 예로 잔여재산분배우선권, 전환권, 이사선임권 등을 들고 있다. 예컨대 우선주주가 전환권을 갖는 경우 회사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우선주주는 나중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노리고 회사매각을 늦출 인센티브가 있는데 반하여 보통주주는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으로 자신의 지분이 희석될 것을 우려하여 회사매각을 서두를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주는 회사실패 시의 위험은 고스란히 부담하면서 성공의 과실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채권에 접근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통주주나 우선주주 어느 쪽도 항상 회사가치극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상정할 수는 없는 결과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사가 보통주와 우선주 중에서 어느 쪽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는지를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쪽이 신인의무의 대상인 잔여청구권자인지는 그 시점의 회사가치평가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은 자신들의 모델에 따르면 Trados판결과는 반대로 우선주주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이 회사가치극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의를 토대로 저자들은 VC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신인의무를 경직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창업자와 투자자의 형편에 따라 사적자치를 통해서 수정하는 것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는 부분은 3장과 4장인데 유감스럽게도 수식이 너무 많이 동원되는 바람에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5장에서는 그 모델의 함의를 말로 정리하고 있어 적어도 논문의 골자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등장하는 수식이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것을 이해하려 공부를 시작할 처지도 아닌 것이 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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