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상 사기적양도와 solvency opinion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하이마트판결(대법원 2020.10.15. 선고 2016도10654 판결)이 선고된 후 실무계는 이른바 차입매수(LBO)의 허용범위를 둘러싸고 논의가 한창이다. 배임죄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적용범위가 넓다는 점은 이미 널리 지적된 바와 같다. 그런 후진적 상황도 현실적으로 민사적 구제수단의 기능부전이 개선될 때까지는 감수해야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러나 차입매수에 배임죄를 적용하는 경우 차입매수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해야하는 것이 아니라면 허용되는 경우와 금지되는 경우를 가르는 선을 합리적으로, 그리고 가급적 분명하게 획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길게 논할 여유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그 경계선을 그을 때 고려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 대법원판례의 입장과는 달리 – ➀기존 채권자 이익보호와 ➁대상기업 경영자의 이익충돌, 두 가지라고 여겨진다. ➁는 차입매수에 반드시 수반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상기업 대부분에 지배주주가 존재하므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차입매수가 가장 왕성한 미국에서는 차입매수의 허용범위는 주로 ➀의 관점에서 논의된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그 경계선은 분명치 않다. 오늘은 그런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제안을 담은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Irina Fox, Minimizing the Risk of Fraudulent Transfer Avoidance: A Good-Faith Solvency Opinion as the Shield to Protect a Leveraged Transaction, 91 American Bankruptcy Law Journal 739 (2017) (어찌된 일인지 ssrn에서는 요약문 밖에 구할 수 없어서 결국 본문은 Hein을 통해서 구했다.)

미국에서 차입매수는 이른바 사기적양도(fraudulent transfer or conveyance)와 관련하여 문제된다. 사기적양도는 연방도산법과 주법에서 규율하지만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사기적양도는 고의적인 경우와 의제되는(constructive)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차입매수는 통상 후자와 관련하여 논의한다. 의제적인 사기적양도의 요건으로 중요한 것은 양도로 인하여 회사가 채무초과나 지급불능에 해당하거나 비합리적으로 소액의 자본(unreasonably small capital)을 갖게 되었는지 여부이다. 회사가 만기에 채무를 변제할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채무를 부담한다고 믿는 경우에는 지급불능에 해당한다. 이처럼 사기적양도에 해당하는 재무상태를 일괄하여 도산위험상태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차입매수의 실패로 회사가 도산에 이르게 된 경우 채권변제를 받지 못한 채권자는 담보제공과 같은 회사의 행위를 사기적양도라고 주장하며 취소를 청구하는 일이 많다. 이 경우 회사가 그 행위로 인하여 도산위험상태에 들어갔었는지가 주된 쟁점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그런 판단을 독자적으로 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사후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회사가 사전적으로 거래 시점에 전문가로부터 도산안전상태임을 증명하는 의견, 즉 solvency opinion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의견의 신뢰도를 뒷받침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해서 상세히 검토하고 있는데(III. D), 그 부분은 전문가 의견서 일반에도 타당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회사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신뢰할 수 있는 solvency opinion의 뒷받침을 받아 차입매수에 협조한 경우에는 법원은 그것을 일종의 경영판단으로 존중해야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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