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기업지배구조와 공산당

최근 중국의 낙후된 금융규제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 이후 곤욕을 치르는 마윈에 대한 기사가 우리 언론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공산국가인 중국에서 당과 기업과의 관계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에서 기업에 대한 당의 간섭에 대해서는 적어도 서방학자들 사이에서는, 그리고 특히 최근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오늘 소개하는 논문은 기업지배에 대한 정치적 개입의 우호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Tamar Groswald Ozery, The Politicization of Corporate Governance – A Viable Alternative?, American Journal of Comparative Law (Forthcoming). 저자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미시간 로스쿨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학자이다. 박사과정생이라곤 해도 변호사로서 실무경험도 있고 이미 논문도 여러 편 발표한 바 있는 유망한 인재라고 할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발전은 반드시 영미식 제도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영미식 제도에 기능적으로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수렴(formal convergence)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비교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기존 학자들의 통념이었다. 그런 변화를 필요로 하는 현상으로 흔히 주목하는 것이 바로 자본시장의 발전이다. 자본시장의 발전에 제대로 작동하는 투자자보호장치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지만 그것을 긍정하는 견해가 많다. 그런 견해의 타당성을 흔드는 증거가 바로 중국의 사례이다. 중국은 기업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여건이 매우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독립이사, 감사위원회, 주주소송 등이 도입되었지만 그 기능은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저자는 이런 통상의 제도적 여건 대신 공산당 중심의 정치적 메커니즘이 자본시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에 따르면 그런 정치적 메커니즘이 자본시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존재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정치적 메커니즘의 대표적 예로 정치적 인센티브장치와 회사 내의 당위원회의 두 가지를 들고 있다. 기업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강화되는 경우에는 효율이 훼손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정치적 간섭이 경영진의 부패를 방지하고 지방정부의 협조를 촉진하는 면에서 효율적일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도 흥미를 끈다.

이 논문은 경제발전과 기업지배구조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론의 근본적 논점 4가지를 검토한다. ➀기업지배구조개혁의 효과는 그 나라의 정치경제적 여건에 좌우된다. ➁주어진 여건에서 기업에 대한 정치적 간섭은 반드시 해로운 것이 아니라 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➂통상적인 지배구조관련제도의 대체물이 예상보다 오래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함으로써 수렴논의에 기여할 수 있다. ➃지배구조가 수렴과정이 역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지배구조의 정치화는 비교기업지배구조논의의 지평을 넓혀준다.

이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I장은 중국의 기업지배구조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본다. 2장에서는 최근 강화된 기업지배의 정치화현상을 설명한다. 과거에도 인사에 대한 당의 간섭이 있었고 회사 내부에 당위원회가 존재했다. 그러나 당의 역할이 한층 강화되어 회사 내부 당위원회가 공식화되었을 뿐 아니라 권한이 확대되어 인사관여, 이사나 감사의 겸직, 감독 등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다. 또한 회사와 그 내부자에 대한 당의 감독권한도 강화되었다. 한편 논문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3장은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런 기업지배의 정치화현상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 여부를 따져본다. 이와 관련하여 주식시장의 현황, 전통적인 지배구조체제의 문제점, 기업성장에 대한 당의 직접 개입을 촉발시킨 최근의 정치경제적 상황변화를 검토한다. 4장은 중국의 정치화한 기업지배구조가 갖는 함의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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