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적 투자자 보호 메커니즘

오늘은 현재 미국 자본시장에서의 투자자보호 문제를 종합적 시각에서 분석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Holger Spamann, Indirect Investor Protection: The Investment Ecosystem and Its Legal Underpinnings, Journal of Legal Analysis (forthcoming)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언급한 적 있는 하바드 로스쿨의 독일계 학자이다. 어찌된 일인지 SSRN에서는 이 논문이 올라가 있지 않아 하바드대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그대로 첨부한다(다운로드하는데 도움을 준 김지평 변호사에게 감사한다).

요컨대 저자의 주장은 미국에서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잘 보호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의 노력이나 투자자 이익보호를 본분으로 하는 자산관리인의 노력이 아니라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제3자의 활동에 의해서 주로 보호된다는 것이다. 그런 제3자로는 4가지 주체, 즉 전문적 거래자(professional trader), 투자자전문 변호사(plaintiff lawyer),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을 든다. 이들 제3의 주체는 모두 타인인 일반투자자가 아닌 자신의 사익을 위해 활동하지만 그 활동이 일반투자자들에게 간접적인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이런 현상을 “간접적 투자자 보호”라고 부른다. 저자는 이들 제3의 주체의 각각의 활동은 이미 회사법학계에서 많이 논의된 바 있지만 그것을 “간접적인 투자자 보호”라는 통합적 시각에서 분석한 것은 자신의 논문이 처음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제3자의 역할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것 같은데 흥미롭게도 미국에서도 그런 시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저자는 이들 제3자의 활동이 간접적인 투자자보호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비판이 잘못된 것일 뿐 아니라 위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들의 활동이 작동할 수 없는 사모시장의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한다.

이 논문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된다. 먼저 I장에서 투자자보호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메커니즘의 실패에 대해서 설명한다. 저자는 공시규제와 같은 투자자보호규범은 투자자와 그를 위한 자산관리인의 판단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런 시도는 순진한 것으로 그런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나 그의 자산관리인(오늘날은 인덱스펀드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임)들은 투자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II장에서는 간접적인 투자자 보호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제3의 주체로 다음 4가지를 제시한다: ➀효율적인 시장가격을 뒷받침하는 전문적 거래자, ➁주주행동주의를 실천하는 헤지펀드, ➂투자자전문 로펌, ➃기업인수전문의 사모펀드. 저자는 ➁~➃를 bounty hunter라고 부른다. 저자는 간접적 보호장치가 두 가지 맹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투자자가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될 위험성이고 다른 하나는 제3의 주체가 일반투자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행동을 할 위험성이다. 저자는 leakage라고 부르는 후자의 위험을 중시하고 있는데 그 예로 그린메일이나 원고변호사의 통모화해(collusive settlement) 등을 들고 있다.

III장에서는 간접적 투자자 보호 메커니즘을 뒷받침하는 법적 토대를 살펴본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원칙들은 많지만 그것을 저해하는 법원칙들도 일부 존재한다고 하며 제3의 주체의 활동에 관련된 법원칙을 검토한다.

IV장은 저자가 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자부하는 부분으로 회사법의 강행규범성을 뒷받침하는 논거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강행규범으로 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전문가가 비전문가를 착취하는 것을 막는데 필요한 규범이라고 본다. 간접적 보호 메커니즘의 맥락에서 보면 그 메커니즘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규범이 강행규정이며 강행규정을 통해서 전문가들이 비전문가인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V장에서는 비공개회사에 대한 투자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요컨대 저자는 간접적 투자자 보호장치가 작동할 수 없는 비공개회사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부정적으로 본다. VI장에서는 간접적 투자자 보호 메커니즘이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II장에서 언급한 주체들의 활동에 무임승차함으로써 보호를 받는 구조인데 그것이 과연 지속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한다. 저자는 특히 인덱스펀드에 대한 투자 확산으로 주식거래가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주가의 효율성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 논문은 그 주장의 설득력과는 무관하게 분석의 시각이 참신하면서도 야심적일 뿐 아니라 다양하면서도 중요한 이슈들을 폭넓게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논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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