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베인브리지 교수 블로그에 시카고 로스쿨 M. Todd Henderson교수의 신간이 소개되었다. State of Shock (2021) 334 pages $18.95. 그의 전공인 회사법이나 증권법의 연구서가 아니라 추리소설이란 점이 특이하다. 이 책이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 추리소설이라니 부러움이 더 커진다. (첫 번째 책은 Mental State (2018) 282 pages $12.99)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소설책만 쓰는 것은 아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두 차례(2020.4.1.자, 2020.5.28.자)나 소개한 적이 있을 뿐 아니라 2년 전에는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연구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The Trust Revolution: How the Digitization of Trust Will Revolutionize Business and Government (2019) 232pages $27.41.
혹시 신간에 대한 소개가 있나 해서 유투브를 찾아보았더니 그에 관한 것은 없고 다른 것들만 올라와 있었다. 제목에 끌려 한편을 보게 되었다. M. Todd Henderson, “Abolish Securities Regulation (and Replace It With a Market)” (2015). 현재의 증권규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동영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없지만 기존의 증권규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보는 계기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장은 요컨대 강제공시를 포기하고 회사로 하여금 원하는 투자자에게 회사정보를 팔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는 현재 투자자는 극소수의 전문적 투자자와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로 나눌 수 있는데 회사가 공시하는 정보는 후자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에도 이들에게도 지금처럼 강제정보공시제도의 운영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후자에게 공시된 정보가 무용하다는 지적은 지난 번 포스트(2021.2.3.자)에서 소개한 Spamann교수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것이다.) 강제공시제도의 근거로 드는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확보에 대해서 그는 강제공시가 없으면 투자자가 시장을 떠날 것이란 생각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따라 회사에 의한 정보매매가 허용되는 상황에서는 허위정보로 인하여 손해를 본 투자자는 구태여 시장에 대한 사기이론에 의존할 필요가 없고 허위정보로 인하여 매매를 포기한 투자자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음을 장점으로 제시한다. 동영상 대신 텍스트를 원하는 독자라면 다음 논문을 참조하면 좋을 것이다. Making a Market for Corporate Disclosure (2016).
Henderson교수는 수년 전 서울대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만난 일이 있다. 당시는 그의 이런 재능에 대해서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학술서가 아닌 책을 내는 법학자는 종종 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Berkeley의 Frank Partnoy교수와 NUS의 Simon Chesterman학장을 들 수 있다. Partnoy교수의 책은 그래도 그의 전공과 관련이 있는 논픽션인데 비해서 Chesterman학장의 책은 법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소설책이라는 점에서 더 이채롭다. 일본에는 민사소송법학자인 瀬木 比呂志(세기 히로시)교수가 특이한 존재이다. 그는 오랜 판사생활 후에 교수로 전신한 사람으로 전공서적 외에 일반서적도 여러 권 출간했지만 특히 일본 재판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 책들(예컨대 黒い巨塔 最高裁判所(2016))로 유명하다. 그와는 1980년대 전반 시애틀 유학시절 1년을 제법 친하게 지냈는데 그 후에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이젠 퇴직도 했으니 자유롭게 시간을 내어 만나볼까 하고 있다가 코로나사태를 맞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동경에 가게 되면 한번 만나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