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도산법의 한계”(2021.2.12.자) 포스트에서 소개한 논문은 미국 도산법상 회생절차의 기본원칙인 절대우선원칙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바 있다. 오늘은 반대로 절대우선원칙이 상대우선원칙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역설한 최근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Jonathan M. Seymour & Steven L. Schwarcz, Corporate Restructuring under Relative and Absolute Priority Default Rules: A Comparative Assessment, University of Illinois Law Review, Forthcoming, Vol. 2021, No. 1. 저자 중 Schwarcz교수는 이미 이 블로그에서 두 차례 소개한 바 있는(2020.3.19. & 6.11.자) 저명한 금융법전문가이다.
2019년 제정된 EU의 기업회생지침(Restructuring Directive)은 회원국이 상대우선원칙을 선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 논문은 EU지침을 계기로 상대우선 원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국 연방도산법이 채택한 절대우선원칙이 더 합리적임을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곳에서는 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II장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II장은 절대우선원칙의 장점을 분석한다. 미국 도산법상 절대우선원칙은 회생 후 기업가치의 배분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선순위권리자가 완전히 배분을 받지 않고서는 후순위권리자가 배분을 받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절대우선원칙은 권리자들의 합의에 따른 계획안에 대해서는 적용이 없고 그런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강제인가(cram down)를 거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된다. 그런데 저자들에 의하면 실제로 강제인가가 행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회생절차는 대부분 합의에 의하여 진행된다고 한다. 절대우선원칙을 적용하는 경우 계속기업을 전제로 기업가치를 평가해야하는데 본격적인 평가절차에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불확실성이 수반된다. 한편 후순위권리자들은 강제인가와 절대우선원칙에 따르면 자신의 권리가 완전히 사라질 위험도 있기 때문에 타협에 나설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들은 절대우선원칙을 법경제학자인 Ayres와 Gertner가 말하는 일종의 penalty default rule과 같은 것으로 파악한다. 절대우선원칙은 선순위권리자와 후순위권리자에게 모두 탐탁지 않은 것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들은 타협할 인센티브를 갖게 되고 타협을 통해 계획안에 합의하는 경우에는 신속한 진행으로 회생비용을 절감함은 물론이고 성공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후순위권리자의 합의를 도출하고 특히 최하위 권리자이면서도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주주의 적극적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절대우선원칙에 고집하지 않고 일부 지분을 제공할 필요가 있게 된다.
II장에 이은 III장에서는 상대우선원칙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EU관계자들은 상대우선원칙이 공정할 뿐 아니라 회생절차에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상대우선원칙의 문제점으로 권리자들이 협상할 인센티브를 감소시킬 뿐 아니라 실제 공정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IV장에서는 EU관계자들이 상대우선원칙을 지지하는 근거로 제시한 것들이 모두 옳지 않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