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펀드는 대체로 주주권행사에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 의결권행사와 관련해서는 스튜어드십코드의 도입으로 변화의 실마리라도 생겨났지만 주주이익을 위한 소송활동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주대표소송의 원고는 폐쇄회사에서는 동업자인 주요주주인 경우가 많고 상장회사에서는 시민단체나 노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주소송과 관련하여 투자펀드가 소극적인 사정은 미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근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Sean J. Griffith & Dorothy S. Lund, A Mission Statement for Mutual Funds in Shareholder Litigation, 87 U. Chi. L. Rev. 1149 (2020). 저자인 Griffith교수는 2020.6.19..자 포스트에서, 그리고 Lund교수는 바로 2주전(2.17.자) 포스트에서 각각 소개한 바 있다.
90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논문은 주주소송에서 뮤추얼펀드가 소극적인 이유를 분석하고 뮤추얼펀드가 주주소송과 관련하여 취해야할 원칙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I장에서는 주주소송의 종류와 그것이 펀드투자자에 가져다줄 이익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저들은 주주소송에는 대표소송과 집단소송 뿐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행사와 증권소송도 포함시키고 있다. II장은 실증적인 데이터에 관한 장으로 10대 펀드들이 주주소송에 관여하는 상황을 상세하게 살펴본다. 저자들은 이들 펀드가 사실상 제소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힌다. III장에서는 뮤추얼펀드가 소송에 소극적인 이유를 파헤친다. 저자들은 펀드의 소송활동을 가로막는 법적, 구조적 장애물과 아울러 collective action문제와 이익충돌문제 등의 대리문제 같은 요인들을 검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소송은 펀드투자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서 IV장에서는 주주소송과 관련하여 뮤추얼펀드가 취할 원칙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인덱스펀드와 같은 분산투자형펀드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경영권남용의 억지를 소송의 목적으로 삼아야 안다고 주장한다. 투자대상회사를 피고로 하지 않는 소송에서는 이른바 “제 살 깍아먹기”(circularity)의 문제도 없으므로 손해전보도 목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주주소송을 바람직한 지배구조변화를 촉진할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동시에 뮤추얼펀드로 하여금 낭비적인 소송과 불공정한 화해를 억제하는데 나설 것을 촉구한다. 끝으로 이런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뮤추얼펀드가 소송활동을 의결권행사와 같은 스튜어드십 활동의 일부로 수행할 것을 주문한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소송활동을 맡을 부서, 그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사내변호사와 외부로펌의 활용문제, 이익충돌을 막기 위한 소송활동부서와 법인영업부서와의 격리문제 등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저자들은 뮤추얼펀드가 제소를 꺼리는 것은 투표를 꺼리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본다. 투표에 관해서는 최근 SEC나 노동부의 노력을 통해서 펀드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가 생겨났지만 제소에 관해서는 그런 움직임은 없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뮤추얼펀드의 투표에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이들에게로 투자자 자금이 몰림에 따라 이들의 역할이 기업지배구조에서 중요해졌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주주대표소송의 소송요건이 엄격한 우리나라에서는 펀드의 소송활동은 한층 더 중요할 것이다. 매스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공모펀드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이 논문이 제시하는 바과 같은 역할을 펀드에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