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간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국제적인 논의를 지배한 것은 이른바 “law and finance”담론이라고 불리는 엄청난 규모의 실증연구라고 할 수 있다(이 담론에 관해서는 이 블로그 2020.5.4.자 강상엽 교수 포스트 참조) 이 담론을 촉발한 것은 LLSV라고 약칭되는 4명의 저명학자의 일련의 연구이다. LLSV의 연구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지만 그 연구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비판도 많았다. 오늘은 자신들이 새로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기존 “law and finance”연구의 문제점을 비판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ens Frankenreiter et al., Cleaning Corporate Governance(2021), 170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1(2021) 저자는 4명의 법률가로 그 중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은 콜롬비아 로스쿨의 Eric Talley교수이다.
저자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4반세기를 넘는 기간에 걸친, S&P 1500에 포함된 상장회사 2,899사의 정관을 토대로 정리한 것으로 “Cleaning Corporate Governance”(CCG) 데이터베이스로 부른다. 저자들은 CCG를 일반 연구자들에게 공개하며 장차 여러 방면으로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관심을 끄는 것은 CCG가 law and finance연구와 관련하여 갖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대목은 다음 두 가지이다. ➀저자들은 CCG를 널리 사용되는 지배구조평가지수인 G-Index와 대비해보니 G-Index를 구성하는 지배구조요소의 코딩이 잘못된 경우가 80%를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음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➁는 G-Index를 이용한 연구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이다. G-Index를 고안한 Gompers, Ishii, Metrick등 3명의 학자(GIM)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보다 민주적일수록 보다 독재적인 기업에 비해서 주가나 영업이익 등 다양한 재무성과지표의 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연구를 발표하여 크게 주목을 받았다. GIM은 민주적인 회사주식을 사고 독재적인 회사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을 통해서 시장지수보다 연8.9% 높은 수익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전략의 기초가 되는 G-Index자체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GMI의 연구결과도 신뢰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저자들은 수정된 G-Index를 적용해보면 그런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I장에서는 지배구조에 관한 기존의 주요 실증연구와 그 바탕이 된 데이터의 역할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자들은 데이터 수집의 어려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에서 회사정관의 원문을 수집하는 작업에 실무상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II장에서는 CCG의 개요를 서술한다. CCG는 개별 회사정관의 길이와 그 변화와 같은 데이터를 담고 있고 회사정관 본문 뿐 아니라 차등의결권주식, 시차임기제 등 지배구조요소에 따른 구분에 관한 데이터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로 회사정관이 빈번하게 개정되는 매우 역동적인 규범으로 과거에 비해 변호사가 작성에 관여하는 비율이 높으며 더 기술적이고 길어졌다는 저자들의 관찰이다. III장에서는 CCG의 장래 활용도에 대해서, 그리고 IV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들의 연구의 의미를 실증적 법학연구의 관점에서 논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기로 한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배구조연구에 법률가들의 참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은 기존 연구에서 잘못된 데이터의 사용이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법률관련 데이터의 코딩과정에서 법률가들이 배제되었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써 흐뭇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