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범죄와 처벌에 관한 실증연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업관련 범죄는 불멸의 존재이다. 검찰에 출석하거나 교도소를 출입하는 기업인의 고개 숙인 모습은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처벌과 사면 그리고 새로운 범죄가 끝없이 반복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리 법원의 낮은 형량을 탓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흔히 거론되는 것이 기업범죄에 대한 미국의 엄격한 처벌수준이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최신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Dorothy S. Lund & Natasha Sarin, Corporate Crime and Punishment: An Empirical Study (2020). 두 저자는 모두 소장학자로 Lund교수는 이 블로그에서 금년에만 두 차례(2021.2.17.자, 2021.3.1.자) 소개한 바 있다. 다른 공저자인 Sarin교수(U. Penn)는 경제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한 31세의 신진기예이다. Warren상원의원이 추진하는 부유세를 Summers와 더불어 비판했음에도 최근 바이든 행정부에 발탁됨으로써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논문의 골자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이 완화됨에 따라 기업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이고 그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처벌의 완화는 회사에 대한 기소가 감소하고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구현되었다. 어려운 과제는 과연 그로 인하여 기업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놀라운 것은 미국에서 다른 범죄의 경우와는 달리 기업범죄에 대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기업범죄 자체에 대한 통계 대신 기업범죄의 빈도를 추정할 수 있는 다른 통계에 의존하였다. 그들은 금융소비자보호청(CFPB)이나 SEC에 제출된 위법행위에 대한 신고서 등 3가지 대체적인 통계자료를 활용했다.

그런 대체적인 통계자료는 모두 금융위기 후인 2010년대에 위법행위가 증가했고 나아가 기업범죄도 증가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재범율에 관한 저자들의 지적이다. 저자들은 공개회사일수록, 그리고 회사규모가 클수록 재범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은 주로 벌금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벌금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대기업으로서는 그것을 마치 “주차위반고지서”와 같은 정도로 여기고 재범을 주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의존한 대체 통계자료가 기업범죄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여 개선안을 제시하는 데는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 그들은 기업범죄를 벌금으로 억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최고경영자 개인을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에 벌금을 물리는 경우에는 결국 주주가 그것을 부담하게 되는데 주주가 그런 회사의 손해를 이유로 경영자의 책임을 묻는 것은 현실적으로 집단행동(collective action)문제 때문에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 개인에 대한 처벌에 나서는 경우에도 범죄와 최고경영자 사이에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저자들은 하위 직원의 범죄를 방조한 최고경영자에 대한 책임추궁을 촉진하기 위하여 새로운 형사처벌조항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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