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의가 주목을 받기 전에도 회사가 주요주주들에게 따로 정보를 제공하는 관행은 이미 널리 확산되었다. 실무상 그런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항상 의문이 드는 것이 그런 행위가 주주평등의 원칙상 허용되는 것인지 여부였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독일의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ens Koch, Informationsweitergabe und Informationsasymmetrien im Gesellschaftsrecht, ZGR 2020, 183–216. Bonn대학에 재직하는 Koch교수는 세미나에서 몇 차례 만난 일이 있는데 장신의 미남으로 순수한 태도가 호감을 자아내는 인물이다. 그가 이어받은 Uwe Hüffer(고인이 되었다)의 한권으로 된 유명한 회사법주석서는 내가 애용하는 책으로 마침 바로 이달에 15판이 나와 주문을 해둔 바 있다. 이 포스트의 테마와 관련해서는 그가 Hopt교수 기념논문집에 기고한 별도의 논문(Jens Koch, Das Gebot informationeller Gleichbehandlung 525 (2020), Festschrift für Klaus J. Hopt zum 80. Geburtstag am 24. August 2020 (de Gruyter))이 더 자세한 것 같지만 그 논문집은 아직 구하지 못한 상태라 대신 이 논문을 대상으로 삼기로 한다.
이 논문은 위 기념논문집 논문보다는 훨씬 범위가 넓어서 회사법상의 정보비대칭과 그 해소방법으로서의 정보제공에 대한 일반론을 담고 있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정보비대칭을 바라보는 그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정보비대칭은 그 자체로 부정적이고 비정상적인 이미지를 띠고 있는데 사실은 그것이 오히려 보편적인 현상이며 그것은 반드시 완전히 해소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논문은 크게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구체적인 수단들을 유형별로 분류한다. 각 수단들은 그 강도나 수범자의 범위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그것들을 정보청구권자가 정보제공을 요구하는 pull방식과 정보보유자에게 정보공개의무를 부과하는 push방식으로 나누는 것이 흥미로웠다. III장에서는 정보제공이 문제가 되는 상황을 회사유형별로 간단히 살펴본다. 이어서 저자는 범위를 주식회사로 좁혀 논의를 전개한다. IV장에서는 경영이사회와 주주사이의 정보비대칭, V장에서는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사이의 정보비대칭, 그리고 VI장에서는 감독이사회와 주주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차례로 살펴본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VII장인데 그곳에서는 일부 주주에 대한 회사기관의 정보제공의 결과로 발생하는 주주들사이의 정보비대칭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 문제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모회사에 대한 자회사의 정보제공, 경영이사의 투자자접촉, 그리고 최근 늘고 있는 감사회의 투자자접촉을 든다. 이러한 선택적 정보제공은 내부자거래(MMVO 14조), 이사의 비밀유지의무(주식법 93조1항3문), 종속회사이익보호(311조), 주주평등원칙(53a조)와 관련하여 문제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이들 법리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주주평등원칙인데 저자도 이에 대해서는 따로 보다 상세한 분석을 가하고 있다(VII.3). 일부 주주에 대한 정보제공에 대해서는 주주평등원칙의 적용을 배제해야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저자는 그런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는 주주평등원칙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는 주주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주주평등원칙이 모든 불평등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불평등만을 금하는 것이고 정보제공하는 회사기관으로서는 선택적 정보제공을 정당화하는 적당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이 그에 대한 판단을 할 기회는 거의 없기 때문에 판단기준은 불명확할 수밖에 없고 회사기관, 특히 경영이사는 상당한 재량을 누릴 수밖에 없다. 주주사이의 불평등도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는데 결국 그 기준은 회사이익이고 회사이익의 판단은 경영이사에게 맡겨질 것이기 때문에 선택적 정보제공에 관한 경영자의 재량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최근의 문헌을 보면 대주주와 일반주주 사이의 차별을 용인하는 경향이 발견된다고 한다. 회사기관과 주주사이의 접촉에서 배제되는 일반주주를 보호하려는 목소리는 높지 않고 나아가 주주평등원칙 자체에 대한 학문적 관심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그리하여 정보제공을 주주평등원칙의 적용대상에서 배제하자는 견해가 실질적으로는 우회적으로 실현된 것과 비슷한 결과에 도달하였다는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회사기관의 선택적 정보제공이 주주평등원칙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그에 대한 구제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선택적 정보제공을 이유로 회사기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도 어렵고 해임을 추진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회사기관이 위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