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판례는 이익충돌적 요소가 있는 거래에 대해서도 경영판단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판례는 미국 판례와 대조를 이룬다고 설명된다. 특히 델라웨어주법원은 2014년 Kahn v. M & F Worldwide Corp.판결에서 지배회사와 종속회사 사이의 거래에 경영판단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➀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승인과 ➁소수주주의 과반수 동의(MOM)가 모두 필요하다고 판시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2020.6.30.자 포스트). 최근 네바다주 대법원은 이런 델라웨어주 판례와 다소 결을 달리하는 판결(Guzman v. Johnson, 137 Nev. Adv. Op. 13, 2021 WL 1152875 (March 25, 2021))을 선고하였다. 오늘은 Sullivan & Cromwell의 메모에 기초하여 이 판결을 간단히 소개한다. 이 메모를 보내준 박준 교수께 감사드린다.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P회사가 자회사인 S회사와 교부금합병을 하였는데 S회사 소수주주인 원고가 S회사 이사들과 지배주주인 P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합병의 상대방인 P회사가 지배주주이므로 S회사 이사들은 특별이해관계가 있고 따라서 경영판단원칙은 적용될 수 없고 피고 이사들이 공정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바다주 대법원은 네바다주 회사법에 규정된 경영판단원칙에 따르면 지배주주와의 거래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함이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판시하며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네바다주법상 경영판단원칙은 이사들이 선의로(in good faith),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결정하였다는 추정하며 피고의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➀원고가 선의의 추정을 뒤집고 ➁피고가 “고의적인 잘못, 사기 또는 고의적인 위법”을 저질렀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원고는 이를 증명할만한 구체적인 사실을 주장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각하신청을 인용한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였다.
주의할 것은 사안에서 S회사는 두명의 독립이사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P회사와의 교섭을 맡겼는데 이들은 P가 처음 제시한 주당 4.25달러를 여러 차례 교섭한 끝에 최근 1년 최고가보다도 높은 6.25달러로 인상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이들 이사는 합병 후에는 퇴임하게 되어있었다. “선의”의 추정을 번복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피고의 “사익”(self-interest)추구의 증명에 필요한 사실의 기재가 불충분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작용하였다. 또한 경영판단원칙과 관계가 없지만 대법원이 지배주주인 P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원고가 P가 S의 의사결정에 부적절하게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할 사실을 주장하치 못했다고 판단한 것도 이런 특별위원회의 존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네바다주와 같이 제정법에 경영판단원칙이 명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열회사 사이의 거래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회사들이 자발적으로 MOM을 채택하기는 너무 부담스럽겠지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