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서의 대리문제

가족, 범죄 등 전통적으로 경제학의 연구대상으로 여기지 않던 분야의 문제를 경제학적 방법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것은 한때 “경제학 제국주의”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이제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거의 주류의 자리를 차지하다시피 한 법경제학은 그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오늘은 그 연장선상에서 기업지배구조담론을 이용해서 노동조합의 문제에 접근하는 한편의 논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Jonathan R. Macey, Agency Costs, Corporate Governance, and the American Labor Union, 38 Yale Journal on Regulation 311 (2021). 저자인 Macey교수는 이 블로그에서도 수차례 소개한 적이 있지만(가장 최근의 예로 2021.3.8.자 포스트) 회사법과 금융규제법 전문가로 노동법은 주된 연구분야가 아니다.

저자는 노조간부와 일반 노동자 사이에 심각한 대리문제가 존재함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반 노동자들은 고용안정, 임금, 근로조건 등에 관심이 있는데 반하여 노조간부는 자기 지위에서 얻는 사적 이익의 극대화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서의 대리문제는 기업에서의 대리문제에 비해서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리문제가 노조의 쇠퇴를 가져온 원인 중의 하나라는 점에서 문제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지배구조담론에서 개발된 수법을 동원하여 노조에서의 대리문제에 대처할 것을 주장한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노조에서의 대리문제를 설명하고 II장에서는 대리문제가 노조쇠퇴의 원인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다. III장에서는 노조에서 대리문제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조의 부패에 대한 비판은 노동운동에 대한 반대로 여겨져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않다는(politically incorrect and politically unwise) 지적이다. 논문의 핵심은 IV장이다. 저자는 기업지배구조의 문맥에서 대리비용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동원하여 노조의 대리문제에 대처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policy arbitrage” 전략으로 부른다. 그는 구체적으로 네 가지의 방안을 제시한다. ➀노조선거에서 일반 노동자의 투표를 돕기 위해서 의결권자문기관을 활용할 것; ➁노조의 공시의무를 강화하고 일반 근로자에게 노조간부의 보수에 대해서 찬반을 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 ➂일반 근로자에게 주주제안권과 같은 제안권을 인정할 것; ➃노조 이사회에 독립이사의 선임을 강제하고 노조이사추천, 노조간부보수결정 등 이사회 권한의 일부를 독립이사들에게 위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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