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시작한 초기에 내부정보의 보유/이용에 관한 Verstein교수(UCLA)의 논문을 소개한 일이 있다. Andrew Verstein, Mixed Motives Insider Trading, 106 IOWA L. REV. 1253 (2021)(2020.5.26.자). 오늘은 최근 발표된 Verstein의 논문에 대한 반론을 소개한다. Robert T. Miller, Market Practices and the Awareness/Use Problem in Insider Trading Law: A Response to Professor Verstein’s Mixed Motives Insider Trading, 107 Iowa Law Review 162(2022)
주지하는 바와 같이 내부정보의 인식만으로 내부자거래가 성립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이용까지 요구되는지에 관해서 연방항소법원들 사이에 의견대립이 존재한다. 앞서 소개한 논문에서 Verstein은 이러한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먼저 그는 거래자가 내부정보를 보유한다는 이유로 이익을 얻거나 또는 손해를 보아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동등이익원칙(equal profits principle)의 전제하에 내부정보를 보유하는 경우에도 거래의 합법적 이유가 더 강력한 경우, 즉 내부정보가 주된 동기(primary motive)가 아닌 경우에는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Miller교수의 반론은 8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먼저 복합적 동기라는 개념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복합적 동기는 두 가지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하나는 거래의 목적이 복합적인 경우(복합목적거래)로, 예컨대 보유주식의 처분이 주가하락으로 인한 손실회피의 목적과 아울러 채무변제를 위한 자금확보의 목적이 공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거래의 이유가 복합적인 경우(복합이유거래)로, 예컨대 신약개발의 진전, M&A의 타겟이 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실제로 복합이유거래는 많지만 복합목적거래는 드물고 복합목적거래의 주체는 주로 내부자이고 복합이유거래의 주체는 대부분 정보를 수령한 전문투자자이지만 이들은 이익추구라는 단일한 목적을 갖는다고 한다.
II장에서는 보유/이용에 관한 논의에 규범적 기초가 필요하다는 Verstein의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III장에서 저자는 Verstein이 제시한 동등이익원칙을 보다 면밀하기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그는 동등이익원칙을 이익과 손실의 두 가지 측면을 나누어 내부정보를 가진 자가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원칙(이익금지원칙)과 더 적은 이익을 얻을 수도 없다는 원칙(손실금지원칙)으로 나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이익금지원칙은 타당하지만 손실금지원칙은 반드시 관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내부자거래의 주체를 주로 정보소스와의 계약을 통해서 정보를 갖게 된 자, 즉 내부자와 계약상의 準내부자와 그러한 계약관계 없이 정보를 얻게 된 자, 즉 정보수령자로 구분하여 논의를 전개한다. 그는 전자의 경우에는 내부정보의 보유로 인하여 거래가 금지되는 경우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계약상의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손실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저자는 IV장에서 실제 회사, 로펌, 투자은행은 임직원과의 계약에서 법이 요구하는 것보다 엄격한 제약을 가하고 있는데 그로 인한 불이익은 높은 보수에 의하여 보상된다고 주장한다. V장에서는 이러한 실무상의 관행이 손실금지원칙과는 충돌하지만 효율적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VI장에서 저자는 이처럼 손실금지원칙과 다른 실무관행이 보편화된 것을 이유로 그 원칙의 설득력을 부정한다. VII장에서는 복합적 동기의 내부자거래에 대해서 적어도 정보소스와 내부자 사이에서는 이용이 아니라 인식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VIII장에서는 계약에 의한 보상이 작용할 여지가 없는 정보수령자의 경우를 검토한다. 저자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정보수령자는 복합이유든 복합목적이든 복합적 동기에 의한 거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한편 전문투자자인 정보수령자의 경우에는 복합이유거래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전문투자자들은 우연히 얻게된 미공개중요정보 때문에 거래를 못하게 될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사전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손실금지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