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도산법제는 금융기관의 도산을 처리하는데 미흡한 면이 있다. 금융기관 도산은 시스템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하여 특별법인 금산법을 제정하여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시스템 리스크는 금융기관 도산의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 삼성전자나 POSCO 같은 비금융대기업이 부실에 빠지는 경우에도 경제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막연한 우려를 품어왔다. 최근 이에 관한 논문이 한편 발표되어 소개한다. Ilya Kokorin, Insolvency of Significant Non-Financial Enterprises: Lessons from Bank Failures and Bank Resolution, European Business Law Review (Issue 3, 2021 Forthcoming) 저자는 네델란드 Leiden대학의 박사과정학생이다. 저자는 그런 비금융대기업을 Significant Non-Financial Enterprises(SNFE)란 용어로 표현한다. 그는 SNFE 도산의 경우에도 은행도산과 유사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그 경우에도 은행도산을 처리하는 법제에서 활용된 수법을 응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저자는 기존 도산법제는 ➀개별 기업 및 그 채권자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시적(microprudential)이고, ➁채권자들 사이의 교섭이란 관념을 따른다는 점에서 계약적(contractual)이며, ➂위기 후의 재산처분 등 조치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사후반응적(reactive)이기 때문에 대규모 도산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완화하는 데는 적절치 않다고 본다. 그에 비하여 2008년 금융위기 후에 정비된 은행부실처리제도는 거시적이면서도 사전적 관점을 채택하여 그룹전체의 회생조치, 조기개입조치, 법원이 아닌 행정부의 주관이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기존 도산법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영국 대형 건설업체인 Carillion사의 도산사례를 소개한 후에 은행도산과 관련하여 동원된 수법 중에서 SNFE의 도산에 적용할만한 것들로 조기개입조치, 행정부의 관여, 이른바 living wills을 검토하고 있다. 저자는 행정부가 관장하는 절차가 장점이 있지만 법치주의적 관점에서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서 법원이 주관하되 특별히 공익이 관련된 사항에 관해서는 행정부가 개입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는데 우리 기촉법을 둘러싼 금융위와 법원 사이의 줄다리기와 관련하여 관심을 끈다.
교수님, 좋은 논문 소개 감사드립니다.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 도산을 비교해봤을때, 금융기업에 대해 특별한 도산제도가 필요한 이유는 금융기업은 부실에 빠지는 순간 유동성이 증발해서 사업을 계속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지고 회생절차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금융기업의 경우 회생절차를 밟는 중에도 DIP financing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 받을 수 있고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논문의 주장이 파산에만 적용될지, 회생에도 적용될지 검토해볼만 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Carillion의 경우 법정관리(administration)가 아닌 청산(liquidation)을 바로 신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