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극대화원칙은 미국 회사법학계를 지배해왔지만 최근에는 이해관계자 이익(stakeholder interests)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됨에 따라 양자의 대립은 학계를 넘어 경제계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관한 문헌은 이제 일일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지만 오늘은 양자의 대립을 새로운 각도에서 접근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effrey M. Lipshaw, The False Dichotomy of Corporate Governance Platitudes, 46 Journal of Corporation Law 345(2020). 저자는 변호사와 기업경영자로서 오랜 경험을 쌓은 후 지난 10여년간 Suffolk 로스쿨에서 회사법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이다.
논문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저자는 양자의 대립이 현실적인 기업실무와는 유리된 허구의 二分法에 근거한 것이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친다. 저자는 회사의 주된 목적에 대한 추상적이고 절대적인 원칙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어서 주주이익극대화를 강조하는 견해는 물론이고 이해관계자이익을 내세우는 기업의 사회적책임론자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주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주주이익극대화원칙(shareholder wealth maximization principle: SWMP)이다. 특히 SWMP주창자의 대표격인 Bainbridge교수의 견해를 비판의 주 대상으로 삼는다.
Bainbridge의 견해는 Bainbridge Hypothetical이라고 불리는 가상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예컨대 회사가 노후된 공장을 닫는 것이 공장의 근로자와 지역경제에는 타격을 입히지만 새로 지어질 공장에 채용될 근로자와 공장소재지의 이익이 되는 경우 이사회는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Bainbridge교수의 답은 분명하다. SWMP에 따르면 공장을 닫아야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가상사례와 Bainbridge교수의 해결책은 극단적인 것으로 기업현실과 괴리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업경영자들은 최근 이해관계자이익옹호론이 힘을 얻기 전에도 의사결정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보통이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SWMP에 대해서 크게 3가지 관점, 즉 ➀현실(Part II), ➁경제학(Part III), ➂법리(Part IV)에 기초한 비판을 제시한다. 이들 세 관점을 관통하는 저자의 비판을 요약하자면 이사가 의무를 부담하는 어느 한쪽 주체만을 내세우는 절대적 원칙은 실제의 이사회 행동을 설명하거나 이사회 행동의 당위적 내용을 규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상투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떠한 방식의 회사잉여배분도 조금이라도 회사이익으로 정당화할 수 있다면 경영판단원칙에 의해서 보호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판단원칙이야말로 주주이익극대화원칙이나 회사의 사회적책임론보다 훨씬 더 이사회 결정을 좌우하는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Bainbridge Hypothetical 같은 이분법적 결정은 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은 즐겨 논하지만 자신의 실무경험에 비추면 현실세계에서는 거의 접할 수 없는 허구적인 것이라고 거의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가한다.
위 ➀과 관련하여 저자는 비과학적으로 선정한 100개 기업 CEO의 발언을 조사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CEO들은 주주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대해서도 적어도 말로는 관심을 표명하였다고 한다. 이는 팬데믹을 전후해서도 변화가 없는데 저자는 CEO가 이해관계자 이익을 고려하여 내린 결정도 주주이익과의 연관성만 인정되면 경영판단원칙에 의해서 보호될 것이므로 이들의 말은 현실적으로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➁와 관련하여 Bainbridge교수는 SWMP가 신고전파 기업이론에 부합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그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저자는 자신의 실무경험에 비추어 경영자들은 SWMP를 따르기 보다는 주주이익과 다른 이해관계자이익을 조화시키려 노력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신고전파 경제학보다는 신제도학파 경제학이 현실을 더 잘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이 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 중요성은 다음 설명하는 ➂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➂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하는데 이곳에서는 판결의 방론(dicta)에 관한 부분만을 언급한다. 저자는 경영자가 어떤 경우에도 주주이익을 극대화할 일반적인 의무가 있다고 결정한 델라웨어판례는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SWMP는 델라웨어법원이 방론에서 밝히고 있는 것일 뿐 엄밀한 의미의 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SWMP의 근거로 제시되는 Dodge v. Ford Motor Co.판결 등의 일부 판결은 경영책임자가 주주이익이 아닌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자인한 매우 이례적인 사안에서 내려진 것이다. 저자는 Dodge판결에서 최고경영자인 Ford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경영판단원칙의 보호를 받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➀자신의 “꿈은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이런 산업시스템의 이익을 최대다수가 누릴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이 자신의 인생과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돕는 것”이다. ➁자신은 가까운 장래에는 배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법원은 방론으로 “회사는 주로 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설립되고 운영된다. 이사들의 권한은 그러한 목적으로 행사되어야한다”라고 판시했지만 Ford가 직원복지를 위해서 회사자금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법원의 결론은 이사로 하여금 주로 주주이익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 기여한다는 일반적인 바람은 주주이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끝으로 저자는 SWMP가 델라웨어주의 “법”이란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한다고 주장한다. ➀델라웨어주법원에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될 것; ➁사안이 Dodge판결과 유사할 것; ➂Ford같은 최고경영자의 자백이 없이 매우 신빙성 없지만 문제의 조치가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발언만 있을 것; ➃그런 사실관계에서 경영판단원칙의 적용이 부정되고 마침내 주주승소 판결이 내려질 것. 저자는 이들 요건이 모두 충족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