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의 격차는 나라 사이에서도 존재하지만 회사사이에서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과 재벌기업, 그리고 재벌기업 중에서도 초대형기업과 그 밖의 기업사이에는 기업지배구조의 실천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진전되어 전문경영인이 지배하는 기업이 압도적인 미국에서도 대형기업과 그 밖의 기업사이에는 기업지배구조의 모습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오늘은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Kobi Kastiel & Yaron Nili, The Corporate Governance Gap, 131 Yale L. J. (Forthcoming). 저자들은 지난 포스트(2020.7.26.자)에서도 한번 소개한 일이 있는 이스라엘 출신 학자들로 미국 학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소규모 상장회사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저자들은 이러한 연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미국의 소형회사들(예컨대 Russell 3000 small-cap index에 포함된 회사 중 하위200사)의 지배구조를 조사하여 대형회사들(주로 S&P 500회사)의 지배구조와 비교한 결과 양자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즉 이른바 “좋은 지배구조”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대형회사들만이 누리고 소형회사들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들은 그런 차이를 발생시키고 유지시킨 요소들을 분석하고 그 분석에 기초하여 소형회사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론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Part I에서는 논의의 출발점으로 미국에서 기업지배구조가 형성된 과정과 그에 영향을 준 여러 요소들을 고찰한다. 그와 관련하여 지배구조의 형성에 기여한 4가지 주요 동인에 초점을 맞춘다: ➀규제상의 간섭, ➁기관투자자의 대두, ➂의결권자문기관의 출현, ➃주주행동주의의 성장. 저자들은 좋은 지배구조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들이 소형회사들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거나 덜 효과적이었다고 지적한다.
Part II에서는 대형회사들과 소형회사들 사이의 지배구조상의 차이를 실증적으로 고찰하여 양자의 기업지배구조 사이의 격차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보인다. 저자들은 ➀지배구조실무와 이사회구조, ➁주주행동주의, ➂소유구조의 면에서의 차이를 차례로 살펴본다. ➀과 관련해서 시차임기제, 이사후보추천권, 이사회 독립성, 여성이사선임 등을 살펴본다. 흥미로운 것은 대형회사에서 여성이사 비율이 28%인데 비하여 소형회사에서는 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➁와 관련해서는 주주제안, 위임장대결 등을 살펴본다, ➂과 관련해서는 내부자의 보유비율, 기관투자자 보유비율, Big Three라고 불리는 3대 기관투자자들의 활동사례 등을 살펴본다. 이런 자료를 토대로 내린 저자들의 결론은 소형회사들은 대형회사들이 채택하는 지배구조요소들을 채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Part III에서는 이러한 기업지배구조상의 격차가 갖는 주된 정책적 함의를 논한다. 저자들은 대형회사와 소형회사 사이에 지배구조장치(governance arrangements)의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규제당국, 투자자, 학자들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검토한다. 그들은 또한 의결권자문기관이 소형회사들의 지배구조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통로로서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소형회사에서의 지배구조형성의 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일반적인 개혁조치로 주요 지배구조장치에 관한 정기적인 표결을 강제할 것을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