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증권규제에서 투자펀드는 일반 회사와는 다른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다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소법에 의해 보호받는 것과 달리 펀드 투자자들은 1940년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에 의한 보호를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펀드투자에 관한 규정들은 자본시장법에 담겨있긴 하지만 다른 투자의 경우와는 달리 제5편 집합투자기구라는 별도의 편에 따로 포함되어 있다. 오늘은 투자펀드에 대해서 따로 규제를 마련할 이론적인 근거는 무엇인지를 파헤친 논문을 소개한다. John Morley, Why Do Investment Funds Have Special Securities Regulation?(2019). 저자는 2021.1.18.자 포스트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뮤추얼펀드 전문가이다. 이 논문은 RESEARCH HANDBOOK OF MUTUAL FUNDS (William Birdthistle & John Morley eds. 2018)의 한 챕터로 발표된 글을 토대로 한 것인데 짧지만(본문은 14페이지)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일반 증권규제법 외에 투자회사법을 따로 두고 있는 이유를 투자자와 펀드매니저를 분리시키는 투자회사의 독특한 구조(“분리구조”)에서 찾고 있다. 이런 분리구조는 매우 효율적이지만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분리구조의 효용과 문제점을 검토하기 앞서 투자펀드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합리화할 수 있는 대안적인 근거들을 살펴보고 그것이 타당성이 없음을 주장한다(I~IV장). 저자가 검토한 대안적 근거들은 다음과 같다.
I. 투자회사는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증권에만 투자한다는 점
II. 소액투자자들이 투자한다는 점
III.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펀드를 운영하는 업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
IV. 금융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시스템위험을 막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
저자는 이상의 근거들이 모두 타당성을 결한다고 주장한 후 V장에서 분리구조에 대해서 검토한다. V장은 저자가 2014년 발표한 본격적인 논문(The Separation of Funds and Managers: A Theory of Investment Fund Structure and Regulation, 123 Yale Law Journal 1228(2014))에 기초한 것으로 오히려 개요를 파악하기에는 훨씬 간편하다. 분리구조는 펀드와 매니저의 분리(separation of funds and managers)를 말하는 것으로 양자는 별도의 법인격에 속한다. Fidelity가 운영하는 펀드의 예를 들면 매니저인 Fidelity는 창업자가족이 사적으로 소유하는 회사로 수백 개의 다른 펀드를 운영하고 그들로부터 운용보수를 받는다. 이들 펀드는 각각 법인격을 가지며 투자자들은 Fidelity가 모집한다. Fidelity와 각 펀드는 Fidelity가 펀드를 완전히 소유하는 동안에 앞으로 펀드 운용은 Fidelity가 전담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다. 계약에 따르면 펀드는 매니저의 담당 직원을 해임하거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매니저를 해임할 수도 없다.
이런 분리구조는 매우 효율적이다. 펀드 투자자들은 매니저의 재무상태나 다른 펀드의 재무상태와 무관하다. 위험의 정확한 분리를 선호하는 투자자에게는 이런 구조가 효율적이다. 또한 펀드 투자자들이 매니저를 통제할 권한은 없지만 대신 자유로운 투자회수권을 통해서 매니저를 통제할 수 있다.
분리구조는 위험도 수반하는데 투자회사법은 이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다. 첫 번째 위험은 매니저가 다수의 펀드를 운용함에 따른 펀드들 사이의 이익충돌의 위험이다. 두 번째 위험은 매니저와 펀드의 재산이 혼용될 우려이다. 세 번째 위험은 투자회수권이 제한될 우려이다. 투자회사법은 이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규정들을 두고 있다.
저자는 투자회사법의 규제가 실제로는 증권규제라기 보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규제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펀드 투자자는 매니저에 대해서 거의 통제권이 없고 강력한 투자회수권, 즉 탈퇴권을 갖는데 이런 점에서 펀드 투자자는 매니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투자회사법을 소비자로서의 펀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파악한다면 증권규제법 외에 투자회사법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이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