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과 주식가치평가

미국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과 관련된 분쟁이 많다보니 그에 관한 논문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미 수차 다룬 바 있다(가장 최근은 2021.6.14.포스트). 주식매수청구권의 핵심을 차지하는 주식가치평가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다소 혼란스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년 전 포스트(2020.7.23.자)에서 델라웨어주법원의 최신 판례를 소개한 바 있지만 그것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오늘은 델라웨어주 판례의 최근 동향을 설명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식가치평가의 이론적인 틀을 제공해주는 최근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Robert T. Miller, Stock Market Value and Deal Value in Appraisal Proceedings, 96 Notre Dame Law Review 1403 (2021).

논문은 19페이지로 요즘 Law Review논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짧고 순서도 아주 알기 쉽게 이루어져있다. 논문은 서론에서 델라웨어주 법원이 주식평가 시에 채택하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나는 당해 거래(주로 합병)가 발표되기 직전의 시장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당해 거래의 가격(딜가격)인데 후자가 전자보다 대체로 30~50% 더 높다.

I장에서는 델라웨어주법의 현황을 정리한다. 주회사법에서는 공정가격기준을 택하고 있는데 법원은 모든 적절한 요소를 고려하여 그것을 산정해야 하는데 시너지는 배제하게 되어있다. 역사적으로 법원은 여러 평가방법을 적용한 바 있으나 주대법원은 최근 현금흐름할인방식 대신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는 앞서 언급한 시장가격과 딜가격이 모두 해당한다. II장에서는 이 두 가지 가격이 최근 판례에서 어떻게 적용되어왔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특히 관심을 끌었던 Dell판결과 DFC판결에서 주대법원은 한편으로는 시장가격이 공정가격을 나타낸다고 설시하면서도 딜가격을 적용해야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딜가격에는 경영권프리미엄이 적용되기 때문에 양자의 차이는 중요함에도 그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어 혼란이 초래되었다. 이 문제는 2019년 Aruba판결에서 다소 해명이 되었다. Aruba판결에서 주대법원은 시장가격을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딜가격에서 시너지를 공제한 가격을 적용하도록 지시하였다. 원심은 딜가격은 지배주주의 출현으로 인한 대리비용 감소분을 반영하기 때문에 적용하기 곤란하다고 보았는데 반하여 대법원은 사안에서는 지배주주가 되는 인수자의 주식이 분산되어있기 때문에 대리비용 감소는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대법원은 경영권프리미엄을 발생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인 미공개정보(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이익실적)가 존재한다는 점도 시장가격을 적용할 수 없는 근거로 들었다. 한편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한 2020년의 Jarden판결에서 주대법원은 시장가격의 인상을 초래할 미공개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시장가격을 적용하였다. 문제는 시장가격과 딜가격의 차이를 가져오는 시너지나 미공개정보도 없는 경우에는 어느 쪽을 적용해야하는가이다. 이와 관련해서 III장에서는 양자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한 기존 학설에 대해서 검토한다. 저자는 양자의 차이는 항상 발생하는데 기존의 학설은 그것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 차이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견해를 소개한다. 저자는 경영권프리미엄이 발생하는 이유를 주식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서 찾는다. 시장가격은 매도를 결심한 일부 주주의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만약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가격으로 평가하는 다른 주주들도 매도하도록 유인해야하기 때문에 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V장은 이처럼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의 주식가치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는 점을 토대로 시장가격, 딜가격, 그리고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의 차이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같은 자산에 대해서 상이한 가격이 존재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시장가격은 인수자가 없는 상황에서 형성된 가격이고 딜가격은 인수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의 가격으로 양자의 차이는 시장상황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VI장에서는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주식가치평가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를 검토한다. 문제는 시장가격이나 딜가격은 모두 파악하기 쉽지만 공정가격은 (딜가격 – 시너지)이거나 (시장가격 + 미공개정보의 가치)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저자는 거래의 사정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즉 사모펀드가 인수인인 거래에서는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딜가격을 적용하고 시너지가 기대되는 전략적 인수의 경우에는 미공개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한 Jarden판결에서와 같이 시장가격을 적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 주식가치평가가 상이하다는 점을 전제하는 경우에는 시너지나 미공개정보가 없더라도 시장가격과 딜가격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심층적인 고찰을 행한 후에 결론적으로 이런 경우에도 (시너지를 공제한) 딜가격이 시장가격보다 당사자들 자신이 평가한 가격에 더 근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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