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와 내부고발자의 역할

정부와 같은 공적조직에서는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부정과 비리의 색출과 예방에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의 기여는 무시할 수 없다. 평소 막연히 비용편익적 관점에 익숙한 미국에서는 내부고발의 활용에 적극적인 것 같다는 인상을 가졌다. 오늘은 미국의 내부고발의 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글을 소개하기로 한다. Deborah DeMott, Whistleblowers: Implications for Corporate Governance, Washington University Law Review, Vol. 98, 2021. 저자는 Duke로스쿨에서 회사법을 가르치고 있는 1세대 원로여성교수이다. 20년쯤 멜버른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한번 마주친 것이 그와의 인연의 전부이다. 오래 동안 글로만 접하던 사람을 직접 만나게 되어 괜히 반가왔는데 뜻밖에 조금 차갑게 느껴져 선뜻 다가설 수 없었다.

논문의 본문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본문에 앞선 서론에서 저자는 실제로 회사사기의 상당부분이 원래 감시역할을 맡은 문지기(gatekeeper)가 아니라 내부고발자에 의해서 발각된다고 지적하며 그 대표적인 예로 얼마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타트업 사기스캔들인 Theranos사례를 들고 있다.

I장에서는 내부고발자의 정의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해서 설명한다. 법적으로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고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내부고발로 인한 비리의 발각은 우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그런 경우를 모두 포섭하기 어렵다. 또한 내부고발자는 고발의무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고발하는 동기에 대해서 살펴본다.

II장에서는 내부고발에 관한 미국의 법을 간단하게 조망한다. 내부고발에 관한 법은 널리 주목을 받은 스캔들의 여파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부고발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은 존재하지 않고 특정분야에 적용되는 몇 가지 법이 존재할 뿐이다. 회사와 관련해서는 SEC의 내부고발관련제도가 유명하고 널리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관한 최근의 논의로는 2021.8.24.저 하바드 블로그 포스트 참조)

저자의 주장은 III장에 담겨있다. 저자는 회사법과 지배구조는 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동태적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내부고발자보호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먼저 감시의무와 컴플라이언스가 회사법적으로 발전해온 과정을 검토하고 내부고발에 대처하는 내부법률전문가를 정식의 회사기관으로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특정분야 회사들만이 아니라 일반 회사들에 적용될 수 있도록 내부고발자를 회사법을 비롯한 조직법에서 규율하는 것이 회사를 자문하는 로펌이 내부고발의 문제를 보다 조기에 인식할 수 있고 이사들이 감시의무 이행을 위해서도 전반적인 컴플라이언스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 면에서 더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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