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부과와 해제

현대 자본주의국가에서 규제의 확산은 멈출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 너도나도 규제완화를 부르짖지만 끊임없는 사회와 환경의 변화에 수반되는 새로운 위험은 새로운 규제의 수요를 낳고 있다. 규제는 주어진 자유를 제한하는 부담스런 현상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제한을 없애는 반가운 현상이므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행정법에 속하는 문제지만 이 블로그의 주된 관심대상인 자본시장규제와도 관련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오늘은 그에 관한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하기로 한다. Cary Coglianese, Gabriel Scheffler & Daniel E. Walters, Unrules, 73 Stanford Law Review 885 (2021).

저자는 이 문제를 표현하기 위하여 “unrule”이란 새로운 용어를 사용한다. 저자가 말하는 rule이 주로 규제를 부과하는 규정을 가리키는 것인데 비하여 unrule은 규제를 해제하는 규정이라는 의미에서 이하에서는 해제규정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저자는 해제규정을 크게 carveouts과 dispensations의 두 유형으로 부른다. 이곳에서는 전자는 제외규정, 그리고 후자는 면제규정으로 부르기로 한다. 제외규정은 규제자체에서 포괄적으로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경우로 대표적인 예로는 이른바 grandfather clause를 들 수 있다. 한편 면제규정은 규제기관이 개별사안에서 규제의 적용을 면제해주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로는 이른바 no-action letter를 들 수 있다.

해제규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 논문의 본문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은 해제규정의 두 유형을 설명하고 그것이 수반하는 위험을 살펴본다. 논문에서 제시하는 위험은 다음 세 가지이다: ➀규제상 이익의 훼손; ➁규제상의 차별; ➂법치주의의 후퇴.

II장에서는 해제규정이 만연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Federal Register, Code of Federal Regulations (CFR), United States Code를 조사한 결과 해제규정이 보편적으로 존재함을 밝혔다. 그들에 따르면 법률과 행정명령을 수록한 이들 문서에서는 의무를 부과하는 단어 5~6개당 의무를 해제하는 단어가 1개가 존재할 정도로 많다.

이 논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III장에서는 해제규정이 만연하게 된 원인과 그런 현상에 대한 행정법적인 대처방안에 대해서 논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존 행정법은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에 비하여 의무를 완화하는 경우에 덜 엄격하다. 그리하여 의무완화 시에 허용된 행정청의 재량은 감춰져있을 뿐 아니라 법적규제를 덜 받고 있다. 저자들은 규제를 부과하는 규정과 규제를 해제하는 규정을 가급적 동등하게 다룰 것을 주장한다. 저자들은 첫 단계로 필요한 것은 해제규정의 투명성을 높이라고 지적하고 그것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면제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면제결정의 목록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다. 제외규정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하나는 적용제외되는 사항과 아울러 그 이유를 공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규제영향 분석을 할 때 규제를 부과하는 규정과 아울러 규제를 제외하는 규정도 비슷한 정도로 분석대상으로 삼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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