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상 조합의 법인성

미국 학계에서는 뒤늦게 회사의 법인성을 둘러싸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그와 관련하여 조합의 법인성에 관한 최신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Harwell Wells, The Personification of the Partnership, 74 Van. L. Rev. __ (Forthcoming 2021). 저자는 Temple대 로스쿨 교수로 회사법과 법제사를 연구하는 학자이다. 이 논문은 미국에서 조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즉 다수의 자연인의 집합체(aggregate)로 보는 시각과 구성원과는 독립된 실체(entity)로 보는 시각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논문의 본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영미조합법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조망하고 II장에서는 위에 언급한 집합체설과 독립체설 사이의 대립이 19세기 특히 미국에서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III장인데 그곳에서는 1914년 통일조합법(Uniform Partnership Act)이 제정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법안작성의 책임자인 Ames 당시 하바드 로스쿨 학장이 독립체설 추종자로서 영국의 1890년 조합법과는 달리 독립체설에 기반한 초안을 작성하여 관계전문가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으나 최종안을 마무리하기 전에 사망하자 상황이 급변하여 집합체설로 회귀된 법안이 통과되기에 이른 과정은 여러 가지로 교훈적이고 흥미진진하다. 당시 경제계에서는 실무상 조합을 독립체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으나 법률가들이 집합체설을 고집하는 상황에서 마침 미국에서 득세하던 법현실주의적 영향을 받고 있던 Ames학장이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야한다는 지론에 따라 독립체설에 따른 법안을 추진하다가 실패한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III에서는 법률가들이 왜 집합체설에 집착했는지에 대해서 여러 이유를 제시한다. 저자가 당시 법률가들이 조합을 회사보다 더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업형태로 보았다는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이들은 조합원들과 그들의 거래상대방 사이에 조합이란 실체를 개입시키기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조합원이 단순히 조합의 대리인이 아니라 본인으로서 법적, 경제적, 도덕적 책임을 지는 존재로 파악하고 그런 이유로 조합은 회사보다 더 도덕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결국 통일조합법은 Ames의 계획과는 달리 조합의 법인격을 부인하였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상당부분 법인격을 인정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도출하였다. 마침내 1990년대에 제정된 개정통일조합법((Revised) Uniform Partnership Act)에서는 정면으로 독립체설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개정법에서도 당사자들이 집합체설에 따라 법인격 없는 조합을 설립하는 것은 허용된다. IV장은 이에 관한 2020년도 델라웨어주판결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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