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fiduciary duty

이 블로그에 소개하는 논문은 미국에서 발간되는 영문논문이 압도적 다수이다. 간혹 일본이나 독일문헌도 다루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 내 능력과 성의가 부족한 탓이 크다. 그러나 구태여 핑계를 대자면 자료의 검색과 접근이 번거롭고 저작권 때문에 원문을 첨부하기 어렵다는 점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일본이나 독일에는 SSRN이나 Hein 같이 편리한 자료소스가 없는 것 같다. 최근에야 비로소 일본법정보 사이트인 TKC Law Library를 간혹 이용하고 있다. 유료사이트지만 다행히 서울대 도서관을 통해서 이용이 가능하다. 퇴직교수에게도 접근을 허용해준 학교당국에 새삼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오늘은 그곳에서 발견한 논문을 한편 소개한다. 神作裕之, 金融と「フィデューシャリー・デューティー」(上), (下), 法律時報 93권7, 8호(2021. 6, 7)

저자는 작년에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경대 상법교수로 현직 상법학자로는 드물게 독일법전문가이다. 논문의 대상은 금융분야에서의 fiduciary duty이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fiduciary duty를 법적의무와 soft law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편의상 어색함을 무릅쓰고 법적의무로서의 fiduciary duty를 신인의무, soft law로서의 fiduciary duty를 신인규범이라고 부른다. 저자는 신인의무는 수익자의 이익만을 추구해야하는 sole interest rule이 적용되는데 비하여 신인규범은 고객의 최선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best interest rule이 적용된다고 양자를 구분한다. 논문의 초점은 신인규범에 맞추고 있다.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2장에서는 금융분야에서 신인규범이 주목되고 있는 배경을 살펴본다. 3장에서는 신인규범이 구체적으로 금융의 어떠한 영역에서 어떠한 형식으로 도입되고 있는지 분류한다. 4장에서는 금융사업자의 신인규범의 원칙을 제시한 금융청의 “고객본위의 업무운영에 관한 원칙”이 정한 적합성원칙에 초점을 맞추어 검토한다. 5장은 결론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제시한다.

2장에서는 신인규범의 대두된 배경을 4가지로 나누어 서술한다. ➀금융의 unbundling과 전문화의 진전으로 고객 및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 첫 번째 배경이다. ➁저자는 스튜어드십책임도 신인규범에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스튜어드십코드의 확산도 신인규범의 부상을 보여주는 예라고 주장한다. ➂고객과 금융사업자사이에 정보의 격차가 커지고 금융사업자에 고객의 정보가 집중되는 현상에서 고객에 대한 정보의 제공과 고객정보의 이용에 관해서 공식적 규범을 넘어서 soft law에 의한 규율이 늘어나고 있다. ➃이러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공식적 규범보다 soft law에 의한 규율이 적합한 경우가 많다.

3장에서는 금융분야에서 신인규범의 과제를 “이익충돌의 적절한 관리”라고 파악하고 그러한 신인규범을 3가지로 분류한다: ➀스튜어드십코드; ➁적합성원칙; ➂고객정보의 수집, 이용, 관리에 관한 행위규범.

4장에서는 신인규범중에서 적합성원칙을 특별히 살펴본다. 저자는 먼저 공식적 규범상의 적합성원칙을 설명하면서 그것을 광의와 협의로 나누어 검토한다. 저자는 광의의 적합성원칙을 설명의무와 같은 의미로 이해하는데 이는 양자를 구분하는 우리나라의 학설판례와 차이가 있다. 이어서 저자는 비교법을 논하며 미국, 독일의 법제를 소개하고 있는데 최근 동향을 파악하는데 유용하다. 신인규범상의 적합성원칙과 관련하여 저자는 2017년 금융청이 공표한 “고객본위의 업무운영의 원칙”상의 적합성원칙을 공식적 규범인 금융상품거래법상의 적합성원칙과 비교하여 설명하고 그 위반의 법적 효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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