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깊이” – 계약과 규제기관의 관계

오늘은 오랫만에 계약법에 관한 새로운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Cathy Hwang & Matthew Jennejohn, Contractual Depth, 106 Minnesota Law Review __ (forthcoming 2022). 저자들은 각각 버지니아대학과 브리검영대학에 재직하는 학자들로 Hwang교수는 2020.5.16.자 포스트에서 이미 소개한 바 있다.

계약은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작성되는데 분쟁이 생기면 결국 법원의 도움을 받아 집행해야하므로 법원을 의식하여 작성된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그런데 계약은 반드시 법원을 통해서만 실효성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거래계의 압력에 의해서도 이행이 확보될 수 있다. 그러므로 계약은 법원만이 아니라 거래계가 어떻게 평가할지도 염두에 두고 작성된다. 저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늘날 계약작성에서는 규제기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계약이 당사자의 의사를 넘어서 규제기관의 요망사항까지 반영하는 현상을 저자들은 “계약의 깊이”라고 부른다. 저자들은 계약의 깊이는 계약법학에서 별로 다루지 않은 테마라고 주장하며 그런 현상의 존재범위와 법적인 영향에 대해서 논한다.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본문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I장에서는 계약의 “독자”(audience)로서 법원만이 존재하는 전통적인 상황과 거래계의 규범이 작용하는 이른바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의 상황에서의 계약작성에 관한 논의를 살펴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 현상의 이론과 실제를 다룬 III장이다. III장에서는 먼저 계약의 독자로 법원이나 거래계만이 아니라 제3의 주체인 규제기관이 등장하는 상황을 이론적으로 검토한 후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실제 사례는 저자들이 로펌 파트너나 사내변호사 같은 계약작성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수집했다. 저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기관이 어떤 식으로 계약내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소개한다. 특히 상세하고도 흥미로운 것은 M&A계약과 관련한 서술이다. 저자들은 기업결합 시에 독점규제당국의 일부매각(divestitures)요구에 대처하기 위하여 기업들이 취하는 계약서 작성상의 시도(예컨대 standard와 rule의 적절한 활용; 본계약과 미공개의 부속약정의 분리)를 이론적인 관점에서 분석한다. 또한 소비자계약과 같이 실질적으로 당사자의 관여가 없는 상태에서 규제기관이 당사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IV장에서는 이 현상이 계약법의 이론과 실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살펴본다. 저자들은 계약의 독자가 추가되는 경우에는 계약의 공백이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키고 계약의 재협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이들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 가지 방안으로 모듈화된 계약(modular contracts)의 활용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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