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지배구조에 관한 실증연구

회사법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틈만 나면 회사의 현실과 학제적연구(특히 경제학과 재무관리분야에서의 연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말만 쉽지 실천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 번이고 우리 기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경제학적 연구성과를 수집, 정리하는 일을 착수했으나 번번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때마다 속으론 “그런 일은 내가 직접 나설 일은 아니고 나는 남이 정리한 자료를 이용만 할 수 있으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오늘은 바로 나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문헌을 소개한다. Woochan Kim, Woojin Kim & Kyung Suh Park, A Survey of Research on the Corporate Governance of Korean Firms(2021).

저자는 모두 재무관리 전공자로 김우찬교수와 박경서교수는 고대 경영대, 그리고 김우진 교수는 고대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은 외국학자들에게 한국의 지배구조연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젊은 국내학자들에게 지침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 현실을 파악하고 제도와의 관련을 이해하기를 원하는 회사법연구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논문의 대상은 2011년에서 2020년까지 10년간 발표된 총108편의 논문으로 14종의 국제저널에 실린 74편을 포함한다. 대상논문이 다룬 주제는 미국학계에서 널리 다뤄진 테마들로 이사회, 경영자보수,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경영권시장, 가족지배, 기업집단, 경제적지분과 의결권지분의 격차 등이다.

논문의 본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II장에서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특징을 미국과 대비하여 설명한다. 지배구조의 현실적 측면보다는 규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규제를 이사회구성이나 대량보유보고와 같은 기업별규제와 아울러 그룹차원의 규제를 조망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사이트로 그룹데이터에 관한 공정위 사이트(https://egroup.go.kr), 관계자거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금감원의 DART(http://newdart.fss.or.kr), 거래소의 KIND데이터베이스(https://kind.krx.co.kr) 등을 소개한다.

III장 이하에서는 소유(ownership and control)구조와 지배구조를 종속변수나 독립변수로 삼은 연구들을 소개한다. 먼저 III장에서는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결정하는 요소들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고 IV장과 V장에서는 거꾸로 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각각 살펴본다. III장은 먼저 소유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상속세 회피의 동기가 소유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일련의 연구가 흥미를 끈다. 이어서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를 이사회구성, 경영자보수, 경영자교체,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지배구조평가지수 등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IV장에서는 소유구조의 효과에 초점을 맞추어 가족소유, 기업집단소속여부, 경영자의 정치적연줄,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특성이 경영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를 검토한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걸맞게 이들 요소 중에서 특히 기업집단소속여부에 관한 연구들이 많다. 논문에서는 이들을 그룹의 긍정적 측면에 관한 연구와 부정적 측면에 관한 연구로 나누어 소개한다.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연구에서는 그룹구조가 개발도상국가의 낙후된 자본시장과 노동시장 등 열악한 시장메커니즘을 대체하는 기능을 하였음을 지적한다. 반면에 그룹구조의 부정적 측면으로는 소수주주를 착취하는 지배주주의 인센티브를 든다.

V장에서는 회사의 지배구조 메커니즘이 미치는 효과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들은 먼저 지배구조 전반과 개별적인 지배구조 메커니즘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지배구조 전반의 효과는 투자, 배당 등 재무행동의 변화와 같은 회사내부적 효과와 주식시장 참여자의 반응과 같은 회사외부적 효과로 나누어 설명한다. 후자와 관련해서는 지배구조 전반이 회사가치나 주가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개별적인 지배구조 메커니즘은 이사회를 비롯한 내부적 메커니즘과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외부적 메커니즘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는 특히 이사회의 독립성과 회사가치와의 관련에 관한 일련의 연구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는 연구능력이 뛰어난 교수가 사외이사로 있는 회사들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ROA, ROE, Tobin’s Q의 면에서 모두 양호한 결과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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