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하여 금융분야에도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는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오늘은 현재 진행 중인 변화의 큰 흐름과 새로 등장한 다양한 현상들을 금융규제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 그렇지만 비교적 간단히 – 정리한 유용한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Dirk A. Zetzsche, Douglas W. Arner & Ross P. Buckley, Decentralized Finance, Journal of Financial Regulation, 2020, 6, 172–203. 저자들은 모두 금융법 전문가들로 함께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오고 있다.
논문은 먼저 “분산된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이란 생소한 개념을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그에 의하면 분산된 금융이란 금융서비스의 분산된 제공을 말하며 다음 요소 중 일부를 포함한다. ①분산화, ②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분산원장기술)와 블록체인, ③스마트계약, ④脫중개기관(disintermediation), ⑤오픈뱅킹. 논문은 분산된 금융이 출현하게 된 배경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수단들을 살펴보고 금융규제상의 과제와 대처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금융규제상의 문제점에 관한 논의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고 오히려 분산된 금융에 관한 일반적인 설명부분이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유익했다.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분산된 금융이 전통적 금융과 대비하여 어떤 특징을 갖는지를 설명한다. 전통적 금융에서는 중개기관이 필수적이고 중개기관에 기능과 자원이 집중된다. 또한 규모의 경제에 따라 집중현상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에 따라 위험은 규제만으로 통제하기 어려우므로 때때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중개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분산된 금융에서는 위험의 집중(또는 too-big-to-fail에 해당하는 금융중개기관)과 그로 인한 금융위기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III장에서는 분산된 금융의 기술적 토대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이 부분은 문외한인 내게 특히 도움이 되었다. 저자들은 기술발전의 세 가지 측면, 즉 정보처리기술, 정보저장기술, 정보전달기술(communication bandwith)의 발전에 주목한다. 이런 기술발전이 이른바 “hardware virtualization”이란 현상, 즉 내가 이해하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마치 하나의 컴퓨터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현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분산된 금융의 기술적 토대로 ABCD를 드는데 A는 인공지능, B는 (DLT와 스마트계약을 포함한) 블록체인, C는 클라우드, D는 데이터(big and small)를 의미한다. 이런 기술들이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됨에 따라 분산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별주체들 사이의 협동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IV장과 V장은 분산된 금융의 규제적 측면에 대해서 검토한다. IV장은 분산된 금융이 초래하는 규제상의 과제로 법의 지배와의 충돌을 제시하며 그 세 가지 예로 관할권과 준거법의 문제, 집행의 문제, 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 문제를 살펴본다. 이어서 분산된 금융이 초래하는 기술의존성, 연결성 등의 새로운 위험에 관해서 논한다.
분산된 금융은 전통적 금융을 대체하기 보다는 전통적 금융에 혼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V장에서는 분산된 금융이 수반하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분산된 금융의 장점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규제방안을 검토하는데 사전지식이 없는 내게는 이해가 쉽지 않았다. 한편 분산화와 오픈뱅킹의 관계를 검토한 VI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저자들은 분산화의 진전에 따라 일부 측면에서는 거꾸로 정부의 역할이 더 필요하기도 하다고 지적하며 분산된 금융시스템을 설계할 때 금융규제의 핵심목표들을 반영해야한다고 주장하지만(이른바 embedded regulation) 아직 추상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이다.
분산된 금융이란 용어가 생소해서 한번 검색해 보았더니 이미 국내에 그런 제목의 책까지 출판되어있었다. 고종문, DeFi 분산금융 (지식공감 2021) 물론 이 논문과 같이 규제적 과제에 치중한 이론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에 관해서는 국내에서도 출간된 책이 너무 많아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