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M&A계약의 해제

코로나가 M&A계약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블로그를 시작한 때부터 수차 다룬 바 있다. 주로 MAC(또는 MAE: 중대한 부정적 변경)조항의 적용여부에 초점을 맞췄지만 진권용변호사가 올린 두 개의 포스트(2020.3.22.자; 2020.12.21.자)에서는 통상업무조항(ordinary course covenant)의 적용여부에 관한 델라웨어 형평법원의 최근 판결들을 소개한 바 있다. 그 판결들은 통상업무조항의 적용과 관련해서 서로 상반된 결론을 내린 점이 주목을 끌었다. 오늘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Guhan Subramanian & Caley Petrucci, Deals in the Time of Pandemic, 121 Columbia Law Review 1405 (2021).

이 논문은 하바드 로스쿨과 비즈니스스쿨의 교수를 겸직하며 이론과 실무의 첨단에 있는 테마를 연구해온 Subramanian교수가 학생과 함께 쓴 것으로 저자들이 수집한 1300개의 M&A계약을 토대로 한 것이다. 저자들에 의하면 MAC조항에서 팬데믹을 제외하는 조항(pandemic carbeouts)은 2005년에는 전혀 없었으나 2019년에는 29%, 그리고 2020년에는 60%의 계약에서 존재한다. 이처럼 이제 매수인이 팬데믹을 핑계로 M&A계약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게 되자 대신 통상업무조항을 동원하여 계약상의 의무를 면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가 새로이 등장하게 되었다. 통상업무조항이란 M&A계약에 표준적으로 포함되는 종결 전 확약사항으로 매도인이 대상기업을 “통상적으로 운영”(ordinary course of business)할 것을 약속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는 계약체결 시로부터 종결 시까지 사이에 매도인이 대상기업의 가치를 훼손할 도덕적 위험(moral hazard)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의 경우에는 대상기업이 영업소폐쇄나 임직원해고 등 비상조치를 감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는 통상업무조항의 위반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위에서 팬데믹을 MAC에서 배제하는 조항의 취지는 모든 기업들이 동등하게 겪는 어려움은 매수인이 부담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만약 매수인이 통상업무조항을 이용하여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팬데믹 배제조항의 취지와 충돌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진변호사가 올린 글에서 소개한 판결들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해서 상이한 결론을 제시한 것이었다.

통상업무조항의 구체적 내용은 계약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이 판결들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은 통상적인 운영이 “과거의 관행과 부합”(consistent with past practice)해야 한다는 요건이 붙어있는지 여부이다. 저자들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과거관행”문구는 2005년도에는 80%의 계약에서 존재했지만 2020년에는 그 비율이 60%로 하락했다. 저자들은 과거관행문구는 매수인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은 면이 있다. 그 문제는 미래에셋과 안방보험과의 분쟁에서 Laster판사가 다음과 같이 표현한 바 있다. “홍수가 난 경우 그것은 홍수 시에 당신이 과거의 관행에 부합하게 통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가 아니면 비오지 않은 맑은 날에 통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하는가?” Laster판사는 후자의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저자들도 그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후자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팬데믹의 경우 매도인의 통상업무조항 위반을 이유로 매수인이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들의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만약 위에서 전자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즉 팬데믹 상황을 기준으로 통상업무여부를 판단한다면 통상업무의 범위가 넓어질 것이고 따라서 매도인이 대상기업의 가치를 훼손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한편 후자의 의미로 해석한다고 해서 반드시 매도인에게 M&A계약의 종결을 위해서 통상적인 운영을 고수하거나 아니면 위기극복을 위한 비상조치를 취하느라 M&A계약의 종결을 포기해야하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 때문에 매도인이 통상적인 운영에서 벗어나는 비상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의 동의를 얻음으로써 통상업무규정의 위반을 면할 수 있다. 나아가 매수인이 매도인의 합리적인 요청에 대해서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는 문구를 M&A계약에 포함시킨 경우에는 매수인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참고로 일본의 모델 주식양도계약서 통상업무조항에는 그런 문구가 포함되고 있다(5.1.1조 2)).

Leave a Reply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 2024 Copyright KBL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