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최근에 선고된 일본판결 중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논의되지 않은 쟁점을 다룬 판결을 한건 소개한다. 東京高判 2019.10.17. 平成31年(ネ)第1603号. 회사법판례백선(4판 2021 214면)에 실린 유키오카(行岡睦彦)교수의 짤막한 소개를 기초로 하였다. 이 판결에 대한 평석은 많지만 하나만 들자면 弥永真生, 株主の従業員の出席と事前の書面による議決権の行使, ジュリスト 1543호(2020.4) 1면.
사실관계부터 특이하다. 상장회사인 Y사의 정기주총에서 회사는 X를 비롯한 7인의 이사를 선임하는 의안을 제출했는데 총회당일 주주측에서 다른 후보자를 선임하는 수정동의를 제출하였다. Y사의 주주인 P은행은 회사제안에 찬성하는 의결권행사서를 사전에 송부하였으나 직원인 D가 총회장에 참석하였다. 의안에 대한 표결 시에 D는 Y사의 담당직원에게 참관하러왔을 뿐이라는 취지를 설명하고 아무 것도 기재하지 않은 투표용지를 건넸다. 투표집계 후 의장을 불신임하고 새로운 의장을 선임하는 동의가 가결됨으로써 새로 의장이 된 E는 의장으로서 수정동의가 가결되었음을 선언했다. X는 총회에서 가결된 것은 회사측 의안이라고 주장하며 수정동의를 가결한 결의의 부존재확인과 회사측후보의 이사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판결에서는 여러 논점이 다뤄졌으나 이곳에서는 다음 두 가지만을 소개한다. ①D의 출석으로 P은행의 서면투표가 철회된 것으로 볼 것인가? ②의장의 선언 없이도 회사측 의안을 가결한 결의가 성립한 것으로 볼 수 있나?
①에 대해서 법원(동경고등재판소)은 D가 의결권행사의 권한을 갖지 못했고 Y사에게도 P은행이 의결권행사서와 다른 내용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의사가 없음은 분명했다고 인정했다. 법원은 그런 상황에서는 P은행이 총회당일 결석한 것으로 보아 회사측 의안에는 찬성, 수정동의에는 반대한 것으로 처리해야한다고 판단했다. 일본에서는 주주나 대리인이 총회에 출석하면 서면투표는 철회되어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법인주주의 직원이 투표권한이 없는 방청자에 불과한 경우에는 서면투표의 철회의 효과를 갖는 “출석”으로 평가할 수 없음을 밝힌 것이다.
②와 관련해서는 법원은 “의장의 선언은 결의의 성립요건이 아니고 결의는 회사가 주주의 투표를 집계하여 결의결과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된 시점에 성립한다”고 하여 회사측 의안을 가결하는 결의의 성립을 인정했다. 과거 일본에서는 결의의 성립시점을 의장이 결과를 확인선언한 때라고 본 판결도 있었으나 1967년 최고재판소가 의안에 찬성하는 의결권 수가 결의에 필요한 수에 달한 것이 명백하게 된 시점에 결의가 성립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의장의 선언이 결의의 성립요건이 아니라는 점은 이미 밝혀진 바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근거에 대한 법원의 다음과 같은 설시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 . . 올바른 집계결과에 의하면 가결되어야하는 경우에도 의장이 부결을 선언한 경우에는 부결의 결의에는 결의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위법한 상태를 시정할 수단이 없게 되고, 또한 본건에 있어서 본건 회사제안과 본건 수정동의와 같이 2자택일의 제안이 행해진 경우에 의장이 일방의 제안이 가결되었음을 선언했지만 그 결의가 결의취소소송에 의하여 취소된 경우 타방의 결의에 대하여 상기소송에 있어서 결의의 성립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장의 선언이 없기 때문에 성립되지 않았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부당한 결론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결의결과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누구를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서 학자들은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