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2020년 4월 25일자 포스트에서 2019년 Columbia대학의 Merritt Fox교수가 두 명의 공저자와 함께 출간한 연구서(The New Stock Market: Law, Economics, and Policy (2019 Columbia University Press) by Merritt B. Fox, Lawrence R. Glosten, and Gabriel V. Rauterberg)를 소개한 일이 있다. 오늘은 그 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그의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Merritt B. Fox, Lawrence R. Glosten, & Sue S. Guan, Spoofing and its Regulation, Columbia Business Law Review, Forthcoming. “spoofing”은 우리나라에서는 허수주문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허수주문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20년 전 대법원판례(2002.6.14. 2002도1256판결)로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에 해당한다는 점이 확인된 후에는 별로 논의가 없는 것 같다. 거래소의 시장감시규정에서는 이를 공정거래질서 저해행위의 한 유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4조1항5호)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2019년에도 거래소가 위반한 회원사에 제재금을 부과한 사례가 존재한다.
논문은 68페이지로 긴 편인데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6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먼저 II장에서는 허수주문의 의의를 상세히 절명한다. III장과 IV장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토대를 정리한 것인데 미국의 증권규제전반을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규범적인 분석틀에 관한 III장에서는 유통시장규제의 목표로 자금의 효율적 배분의 촉진을 비롯한 다섯 가지를 열거하고 유통시장의 핵심적 척도로 가격의 정확성(price accuracy)과 주식의 유동성(liquidity)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먼저 허수주문이 이 두 가지 척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고 그 영향이 다시 위의 다섯 가지 목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검토하는 두 단계 접근방식을 취한다. IV장에서는 미국의 유통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과 우리 시장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익하다. 여러 차이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유동성공급자(liquidity supplier)의 존재와 복수의 거래장소라고 할 것인데 허수주문과 관련해서는 특히 전자가 중요하다.
V장에서는 허수주문을 효율성과 공정성의 관점에서 평가한다. 저자들은 허수주문으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것은 유동성공급자들인데 사전적인 관점에서 보면 유동성공급자들이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매매호가의 스프레드를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허수주문 자체로 인한 가격왜곡은 미미할 것이지만 스프레드가 확대되면 가치투자자들의 투자가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장기적으로는 가격의 정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저자들은 또한 허수주문이 확산되면 유동성공급자의 비용부담이 늘어나 유동성공급자의 수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유동성도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나아가 허수주문의 확산이 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허수주문은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VI장에서는 허수주문에 관한 법해석론으로 1934년법 Section 9(a)(2)와 Section 10(b)을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들 규정의 문언은 우리법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을 자제한다. 다만 우리 판례와 마찬가지로 미국 법원도 법문이 거래(transaction)라고 하고 있지만 그것을 주문을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하는 점은 흥미롭다.
VII장에서는 허수주문에 대한 현행규제를 평가한다. 저자들은 허수주문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물음으로 구성된 기준을 충족해야한다고 전제한다. ①당해 주문행태가 다른 적절한 주문행태와 구별되고 사회적 폐해를 초래하는지; ②당해 주문행태가 시세조종이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에 부합하는지; ③당해 주문행태가 기대이익을 거둘 수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가 우려할 만큼 자주 발생하는지; ④당해 주문행태의 경감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이 잘못된 판단으로 금지되는 경우를 포함한) 그 사회적 비용을 능가하도록 만드는 (당해 주문행태의 금지를 실행하는) 실용적인 절차가 존재하는가. 저자들은 앞에서의 고찰이 위 네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저자들은 현재의 판례가 이상적인 규제에 비추어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어떻게 수정될 필요가 있는지를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