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권은 주주행동주의의 실천을 위한 수단이란 점에서 중요하다. 우리 실무상으로도 이용사례가 없지 않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그에 관한 관심이 특히 큰 것 같다. 미국에서의 논의에 관해서는 이미 몇 차례 소개한 일이 있지만(2020.10.1.자 SEC의 주주제안권에 관한 규칙 개정; 2020.7.26.자 “회사 쇠파리”에 의한 주주제안권 행사) 오늘은 개정된 SEC규칙에 대한 비판을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James D. Cox & Randall S. Thomas, The Sec’s Shareholder Proposal Rule: Creating a Corporate Public Square, Columbia Business Law Review, 2021. 저자들은 이미 이 블로그에 수차 등장한 바 있는 미국 회사법학계의 정상급학자이다.
이제까지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문헌은 주주제안권에 대해서, 특히 그것이 “회사 쇠파리”(corporate gadflies)라고 불리는 개인주주들에 의해서 행사되는 경우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주주제안권 행사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파악할 뿐 아니라 제안권행사가 기관투자자의 경우보다 개인주주의 경우에 오히려 더 긍정적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주주행동주의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저자들이 제안권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회사의 IR 등을 통해서 경영진과 소통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의 경우에 비해서 개인주주에게는 자신들의 생각을 경영진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안권이 중요한 기능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기관투자자의 경우에도 경영진과의 비공식적인 소통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비하여 제안권이 행사되는 경우에는 주주들 사이의 공동전선을 펴는 것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제안권행사를 통해서 투자자들의 다양한 선호가 비단 그 회사 경영진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의 경영진에게도 전달됨으로써 전반적인 지배구조의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즉 저자들은 주주제안권이 단순히 주주들의 견해를 경영진에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회사 경영진을 포함한 사회전체와 널리 소통하는 일종의 “회사의 광장”(corporate public square) 같은 기능을 수행해야한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제안권이 회사경영에 ESG나 이해관계자이익을 더 반영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는데도 적절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제안권에 거는 기대가 큰 저자들로서는 제안권의 남용을 막기 위하여 추진된 2020년의 SEC규칙개정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주식보유요건과 반복제안요건을 대폭 강화한 개정규칙의 내용에 관해서는 2020.10.1.자 포스트 참조) 특히 흥미로운 것은 제안권의 가치가 반드시 결의에서 득표비율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주주제안이 철회되거나 낮은 비율의 득표로 부결된 경우에도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