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평등원칙의 재검토

주주평등원칙은 단순한 것이 장점이지만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회사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주주평등원칙을 유연하게 해석하여 정당한 차별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학자들이 많은 것 같다. (최근의 상세한 문헌으로는 손영화, “주식의 개념, 본질 주주평등의 원칙,” 주식회사법대계I(3판 2019) 431면) 그러나 우리 판례는 2007년 평화은행판결(대법원 2007.6.28. 2006다38161, 38178판결)이후 주주평등원칙을 줄곧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오늘은 주주평등원칙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검토한 최근의 일본 논문을 소개한다. 山下徹哉, 株主平等の原則の機能と判断構造の検討(쿄오토대학 논문집인 法学論叢에 2011년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10회에 걸쳐 연재).

저자는 쿄오토대학의 젊은 상법교수인데 30여 년 전 뮌헨시절부터 교분이 있는 스자키(洲崎)교수가 수년 전 동경의 학술행사에서 일부러 내 쪽으로 와서 쿄오토대학의 차세대주자라고 소개하며 인사를 시켜줘서 만난 일이 있다. 이 논문은 지난 연말 상사법무연구회상을 수상했다. 상사법무(2281호)에 게재된 심사평이 그 내용을 잘 요약했기에 이곳에서는 그것을 옮겨 싣기로 한다.

“이 논문은 주주평등의 원칙의 기능과 그 원칙이 재판에 적용되는 경우의 판단구조에 대해서 검토한 것이다. 주주평등의 원칙(이하 평등원칙)은 예로부터 주식회사의 불문의 원칙으로 존재했고 2005년 회사법에서는 명문화되기도 했지만 우리 회사법학에서 그 원칙의 근거나 기능에 관한 이해가 확립되어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본격적인 연구를 기다리고 있던 바였다. 이 논문은 ①종류주식의 내용의 정함이 평등원칙의 적용에 의하여 제약을 받는 면이 있는가, ②회사의 조치에 의하여 주주간의 불평등한 취급이 생겨도 평등원칙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할 것인가, 인정하는 경우 법원이 그러한 심사를 하는 경우의 판단구조와 고려요소는 어떻게 볼 것인가를 구체적인 검토과제로 들고(제1장) 우리나라의 평등원칙의 연원이 되고 그 후의 논의에도 영향을 미쳐온 독일법을 참고하며 비교법적 고찰을 행한 것이다.

제2장에서는 평등원칙에 관한 독일법상의 논의를 상세하게 소개한다. 그곳에서는 평등원칙이 회사의 조치에 의하여 자의적이고 객관적으로 정당화되지 않는 불평등취급이 주주 간에 발생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리로서 이해되고 주주총회결의의 문맥에서는 다수결남용에 대처하는 법리중 하나가 되어왔음을 밝힌다. 이어서 제3장에서는 독일법의 검토를 토대로 위 ①, ②의 문제를 검토하여 ①에 대해서는 평등원칙을 주식내용의 제약법리로서 활용하는 것에 정의•형평의 관점이 강조된 나머지 법적불안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소극적 입장을 취한다. 한편 ②에 대해서는 불평등한 취급이 일부 주주에 부당하게 불이익한 것이 될 우려가 구조적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회사의 조치의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심사에 들어갈 것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표시로 활용해야할 것이고 또한 불평등한 취급이 있어도 평등원칙에 위반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도 긍정해야한다고 한다.

이 논문은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반드시 자각적으로는 이뤄지지 않았던 ①과 ②의 문제의 구별을 명확히 한다는 독창적인 구상에 터잡아 독일과 일본의 논의를 꼼꼼히 정리하고 주주평등원칙이 수행해야할 기능에 대해서 깊이 파헤친 이론연구라고 할 수 있다. 이 테마에 관하여 질•량 모두 현시점에서 최고의 도달점이라고 할 작품으로 학계에 큰 공헌을 한 것이자 상사법무연구회사상에 적합한 연구라고 평가하였다.“

이 논문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독일은 물론이고 일본에서도 주주평등원칙은 기계적이 아니라 유연하게 적용되고 있고 그에 관한 논의는 주주간의 차별이 어떠한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추기) 이 논문은 2024년3월 출판사 “상사법무”를 통해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One thought on “주주평등원칙의 재검토

  • 좋은 자료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상사법연구 2021년 11월호에 실린 논문(“회사와 신주인수인 간의 투자자보호약정의 효력 – 주주평등원칙과의 관계를 중심으로”)에서 주주평등원칙은 (i) 자기주식취득금지 또는 출자환급금지 원칙에 뒤이어 보충적으로 적용해야 하고(따라서 평화은행 사건의 손실보장약정은 주주평등에 앞서 자기주식취득금지 내지 출자환급금지에 반하는 문제로 보았음 – 즉 모든 주주에게 ‘평등하게’ 손실보장약정을 하더라도 위법함), (ii) 절대적/기계적 원칙이 아니라 합리적 정당화사유가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원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썼는데, 전거에 대한 연구가 크게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후속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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