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경영자들이 단기실적에 구애되어 장기투자를 소홀히 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된다는 비판도 높다. 그러나 그런 견해가 가장 널리 퍼져있는 미국에서는 그런 단기주의에 대한 비판에 회의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런 회의론자 중 한 사람이 바로 오늘 소개할 논문의 저자인 Roe이다. 그의 견해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2021.4.23.자, 2020.10.28.자) 소개한 바 있지만 오늘은 그의 새로운 글을 소개한다. Mark J. Roe, Looking for the Economy-Wide Effects of Stock Market Short-Termism (2021) 이 글은 저자가 금년 발간할 예정인 책(Mark J. Roe, Missing the Target: Why Stock Market Short-Termism Is Not the Problem, (Oxford University Press, forthcoming 2022))의 일부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한다.
단기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것이 미국 기업의 투자와 R&D를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 경제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내용으로 한다. 저자가 지난 50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기업의 투자, 자사주취득, R&D를 실증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단기주의 비판논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70년대 후반부터 시설투자는 꾸준히 하락하고 자사주취득은 증가하였다. 그러나 저자는 단기주의의 폐해를 보다 확실히 증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①자금조달면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고 주주행동주의가 약한 유럽과 일본에서보다 미국에서 기업투자가 더 빨리 줄어들고, ②대규모 자사주취득으로 인하여 미국 기업으로부터의 현금유출이 초래되며, ③기업의 R&D지출이 전반적으로 감소된다.
저자가 발견한 사실은 위에 제시한 전제와 어긋난다. 먼저 ③과 관련하여 미국 기업의 R&D지출은 70년대부터 떨어지기는커녕 경제성장률보다 높이 증가했다. 오히려 떨어진 것은 R&D에 대한 정부지원임을 지적하며 이것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②와 관련하여 배당이나 자사주취득을 통한 회사의 이익배분은 급속히 증가했지만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보유비율은 거의 최고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이익배분을 높이면서도 현금보유를 높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차입을 늘렸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기업이 주주들에게 환원한 자금은 중소규모의 신설기업으로 흘러들어갔음을 시사하는 증거도 있다. 한편 ①과 관련하여 유럽과 일본 기업의 투자는 미국기업의 경우보다 더 빨리 하락했는데 그것은 미국 자본시장이 특별히 단기주의를 부추긴 것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자는 단기주의의 영향에 관한 개별 기업차원의 연구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저자는 기존 연구에 따르면 단기주의의 영향은 부정할 수 없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저자는 단기주의의 영향으로 일부 공개기업의 투자가 감소한다고 해서 단기주의를 억제하는 조치를 도입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전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