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법분야에서 법경제학적 연구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Easterbrook과 Fischel에 따르면 IPO를 하는 회사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투자자가 선호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꾸밀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구태여 투자자보호를 구실로 강행규정을 둘 필요가 없다. 그런데 IPO시장의 효율성을 토대로 한 이런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논리에 대해서 실제 IPO를 하는 회사의 정관을 살펴보면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경영권보호조항이 포함된 사례가 많다는 점을 들어 이런 시장만능적 견해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도 존재한다. 그런 회의론은 최근에는 차등의결권주식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이론적으로 분석한 최근 논문을 소개한다. Albert H. Choi, Initial Public Offering and Optimal Corporate Governance (2022) 저자인 앨버트 최교수는 미시간대 로스쿨에서 계약법과 회사법을 가르치는 한국인학자로 이 블로그에서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
저자는 IPO를 하는 회사들이 최적의 지배구조를 채택할 인센티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그와 모순되는 지배구조적 장치를 갖게 되는 이유를 차등의결권주식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저자는 차등의결권주식을 발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회사가 있고 지배주주와 투자자사이의 정보비대칭이 없다면 회사는 자신의 성격에 따라 차등의결권주식의 발행여부를 결정함으로써 최적의 지배구조를 채택할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정보비대칭 때문에 회사의 결정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가상의 예를 통해서 보여준다(II장). 저자는 회사가 최적의 지배구조를 채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①비용이 많이 들지만 신용 있는 자문기관의 선임과 같은 일종의 시그날을 주는 방안과 ②부실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통해서 정보비대칭을 완화하는 방안의 두 가지를 제시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대부분 불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III장). 이런 고찰을 토대로 저자는 이 논문의 함의를 ①실증적인 차원과 ②당위적인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한다. ①과 관련해서는 시장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함수로 회사의 내부자금 의존도, 저가발행의 정도 등을 지적하고 ②와 관련해서는 강제적 일몰조항의 장단점을 제시하고 선택적 일몰조항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선택적 일몰조항에 관한 논의는 회사법과 사적자치의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것으로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차등의결권주식은 내 연구생활 초기에 관심을 기울였던 테마 중 하나였다. 당시에도 의결권차등에 대한 투자자의 동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심했다. 이 논문을 보면 그에 관한 논의가 그간 크게 진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투자자의 동의에 대해서는 당시 내 논문(무의결권우선주에 관한 연구, 회사법연구II 243면 주199)에서 인용한 Lowenstein의 다음과 같은 지적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사업설명서에 완전히 공시하기 위하여 진정으로 노력한다 해도 무의결권주주가 맞이할 잠재적인 위험은 너무도 복잡, 다양하고 먼 장래의 일이고 법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위험을 정확하고 합목적적으로 서술하기는 어렵다. 그 서술이 기계적이며 지루하고 흐리멍덩하게 이루어짐으로써 투자자의 이른바 동의라는 것이 허울에 지나지 않게 되기가 십상일 것이다” Louis Lowenstein, Shareholder Voting Right: A Response to SEC Rule 19c-4 and to Professor Gilson, 89 Column. L. Rev. 979, 1002(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