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대표소송의 예비적절차

주주대표소송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그 효용을 살리면서도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양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아 각국 입법례는 한쪽으로 기울기 십상인데 후자 쪽에 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소송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각국은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주로 원고주주의 주식보유요건에 의존하고 있는데 비하여 다른 많은 나라들은 법원이 예비적절차를 통해서 남용적 소송을 걸러내도록 하고 있다. 오늘은 예비적절차의 기능에 대해서 비교법적으로 고찰한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Martin Gelter, Preliminary Procedures in Shareholder Derivative Litigation: A Beneficial Legal Transplant? Forthcoming in European Company and Financial Law Review (2022). 저자는 이 블로그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가장 최근에는 2022.3.5.자)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Fordham 로스쿨 교수이다.

논문에서는 예비적절차를 소송비용과 관련하여 살펴보고 그 이상적인 내용을 모색한다. 저자가 비교의 대상으로 삼은 나라는 미국(델라웨어),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이스라엘, 브라질, 싱가폴의 9개국이다. 논문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면 5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2장에서는 대표소송의 효용과 폐해 사이의 상호대립관계를 살펴보고 3장에서는 그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주요 법적수단들에 대해서 설명한다. 4장에서는 그 폐해를 억제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예비적절차가 모국인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제시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델라웨어)에서는 원고주주가 실제로는 이사회에 제소청구를 하는 대신 청구의 무의미성(demand futility)을 주장하며 바로 제소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예비적절차는 청구의 무의미성을 다투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 싱가폴, 독일 등에서는 법원이 대표소송의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형태로 예비적절차를 진행한다. 델라웨어에서는 법원이 이사의 이익충돌여부에 초점을 맞추는데 비하여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는 소송이 회사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춘다.

5장에서는 예비적절차와 소송비용에 관한 규정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검토한다. 소송비용의 각자부담이 원칙인 미국과는 달리 나머지 국가에서는 패소자부담원칙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 패소자부담원칙은 대표소송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자는 패소자부담원칙을 채택한 나라에서도 예비적절차를 적절하게 운용함으로써 회사이익에 부합하는 대표소송이 위축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드는 것이 독일법이다. 독일 주식법(§148)상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하는데 허가신청이 기각된 경우 그 비용은 주주가 부담한다. 그러나 만약 회사가 주주에게 사전에 소송이 회사이익에 반함을 통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경우라면 회사가 신청비용을 부담해야한다. 법원의 허가를 얻은 대표소송에서 원고가 일부 또는 전부 패소한 경우에도 원고가 고의나 중과실로 허위정보를 제공하여 허가를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회사가 원고주주의 비용을 보상한다.

6장에서 저자는 예비적절차가 갖출 이상적인 내용을 논하는데 그에 관한 논점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한다. ①예비적절차를 통과한 원고주주는 소송비용과 관련하여 어떠한 부담을 질 것인가, ②예비적절차에서 법원은 어떠한 기준을 적용할 것인가? ①과 관련해서 저자는 독일법에서와 같이 원고주주에게 비용부담을 원칙적으로 면제할 것을 주장한다. ②와 관련해서는 승소가능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델라웨어주판례법과 마찬가지로 제소와 관련하여 이사회의 독립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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