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의 부결결의를 다투는 소에 관한 일본판례

내 회사법교과서에서는 부결도 주총의 결의에 포함된다고 전제하면서도 결의하자를 다투는 소에 관해서는 상법규정의 법문이 “가결만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다소 무책임한 서술만으로 슬그머니 넘어가고 있다(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6판 2022년) 327면). 마침 주리스트 최신호에 부결결의에 관한 판례평석이 실려 있어 소개한다. 弥永真生, 否決の総会決議等に係る一般私法上の無効確認の訴えの適法性, ジュリスト2022年3月号(No.1568) 122면. 저자인 야나가교수는 “법과 회계”분야의 전문가인데 유감스럽게도 한두 차례 먼발치에서 마주친 적이 있을 뿐 인사를 나눈 일은 없다. 주리스트는 동경대학 상법연구회에서 발표된 판례평석을 싣는 코너를 특별히 마련하고 있는데 이 글은 그 코너에 실린 것이다. 1995년 동경대에서 한 학기 머물 당시 나도 – 보통 “쇼-한”이라고 줄여 부르던 – 상법판례연구회에 참석하곤 했는데 여전히 줄기차게 지속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일본의 저력을 실감한다.

대상판결은 東京高等裁判所 2021년5월13일 令和2년(ネ) 제1462호 판결로 부결결의에 대해서 일반 사법상의 무효확인의 소가 허용되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다. 워낙 억지스러운 주장에 터잡은 청구인지라 사실관계는 생략하거니와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며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다. “[제출된 의안을 부결시키는] 본건결의의 무효가 확인된다고 해도 본건결의의 대상의안이 가결된 것으로는 되지 않는 것은 물론, 그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형성된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본건결의의 무효를 확인하는 것에 법률적인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당해 사안에서 소의 이익을 부정하였을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다음 판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결결의에 대해서는 일반 사법상의 소로 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없음을 천명하였다. “[회사법상 결의하자를 다투는 소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결의에 따라 형성된 법률관계를 획일적으로 확정시키려고 하는 회사법의 취지에서 보자면 설사 일반 사법상의 주주총회결의무효확인의 소로서 확인의 이익이 있는 것 같은 사례가 있다고 해도 대상인 주주총회결의의 내용이 가결이든 부결이든 회사법이 정하는 규제나 효력이 없는 일반 사법상의 소에 의하여 위의 결의의 하자에 대해서 다투는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

평석에서는 대상판결 외에도 부결결의에 관한 다수의 판결을 언급하는데 중요한 것은 부결결의에 대한 결의취소의 소의 허용여부에 관한 최고재판소 판결(2016년3월4일 선고)이다. 최고재판소는 “[회사법상의 결의취소의 소에 관한 규정은] 주주총회등의 결의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기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일반적으로 어떤 의안을 부결하는 주주총회등의 결의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기는 것은 아니고 당해 결의를 취소하는 것에 의하여 새로운 법률관계가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의안을 부결하는 주주총회등의 결의의 취소를 청구하는 소는 부적법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즉 부결결의는 주총결의취소의 소의 대상인 “결의”에 해당하지 않음을 밝힌 것인데 대상판결에서는 일반 사법상의 확인의 소의 대상도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야나가교수는 이처럼 부결결의에 대해서 사법상의 확인의 소까지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한다. 부결결의에 대해서 회사법상의 소로 다투는 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하자있는 결의로 인하여 법률상의 불이익을 입는 자가 당해결의의 효력을 개별적으로 다투는 것까지 봉쇄된다고 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야나가교수는 상법개정의 연혁에 비춰 보더라도 그런 해석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주주총회결의의 부존재확인이나 무효확인의 소에 대한 규정이 1981년 상법개정으로 도입되기 전에도 일반 사법상의 소로서 결의부존재확인의 소가 허용되었고 상법이 그 규정을 도입한 것이 일반 사법상의 소의 적법성을 부정하는 취지는 아니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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