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보잉사 이사의 감시의무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에서 이사의 소각하신청을 각하한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의 결정이 큰 관심을 끌었다. 그 결정의 내용은 결정이 나온 직후 소개한 바 있지만(2021.9.24. 포스트) 오늘은 그 결정에 대한 평가를 담은 학계 전문가의 최신 논문을 소개하기로 한다. Roy Shapira, Max Oversight Duties: How Boeing Signifies a Shift in Corporate Law, 48 Journal of Corporation Law (Forthcoming, 2022) 저자는 미국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스라엘의 젊은 학자로 감시의무에 관한 논문을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도 있다(Roy Shapira, A New Caremark Era: Causes and Consequences, Washington University Law Review (forthcoming) 2021.1.25. 포스트).
결정의 내용은 지난 포스트에서 설명했지만 독자의 편의를 위해서 다시 간추려본다. 주주대표소송은 보잉항공기의 추락사고 후 감시의무위반을 이유로 제기된 것인데 Caremark판결에 따르면 원고는 소장에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실을 기재할 것이 요구된다: ➀이사들이 어떠한 보고나 정보의 시스템 내지 통제장치도 작동하는 것을 완전히 빠뜨렸거나(utterly failed) ➁그런 시스템이나 통제장치를 작동하였지만 이사들이 그 운용을 감독하거나 감시하는 것을 알면서도 빠뜨림으로써(consciously failed to monitor or oversee) 자신들의 주목을 요하는 위험이나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을 저해하였을 것. 과거 이 요건은 충족하기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다고 판단하며 피고이사의 소각하신청을 기각하였다. 미국의 대표소송실무는 일단 소각하신청을 법원이 배척하는 경우 바로 화해로 종결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이 사건도 감시의무의 위반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 결정은 “회사사업에 치명적인”(mission critical)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높은 수준의 감시의무를 적용하겠다는 최근 판례의 경향을 보여준다.
논문에서 저자는 보잉결정의 사실과 법률판단을 조망한 후(I장) 이 결정이 시사하는 점을 밝히고(II장)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제시한다(III장). 이 결정의 시사점으로 그가 제시한 것은 다음 세 가지이다. ①이제 법원이 특정 위험을 “회사사업에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높아짐에 따라 사실상 거의 모든 제조업체 이사들이 사업상 치명적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②과거 감시의무는 재무보고와 같이 투자자보호를 위한 규제의 준수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에는 제조물안전과 같이 사회적이익의 보호를 위한 규제의 준수 쪽으로 초점이 이동하였다. ③보잉결정은 회사법이 이제 손해배상책임과 같은 법적제재를 통해서 경영자의 행동을 직접 통제할 뿐 아니라 경제계에서의 규범과 평판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도 통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평판의 역할에 관해서는 2021.1.25. 포스트 참조)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이사에게 무지의 상태를 벗어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반면에 이른바 사후적 확증편향(hindsight bias)에 대처하는 회사법적 보호장치를 제거할 위험이 있음을 지적한다.
결론에서 저자는 보잉결정이 보여준 감시의무대상의 확대는 ESG와 같은 비법적요건으로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보잉결정에서 법원이 이사회가 소비자안전보다 단기적 주주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미 그런 조짐을 보여준다는 말로 논문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