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을 시작할 때는 이제 우리도 자본시장법이나 M&A 같은 실무관련 과목을 본격적으로 가르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곧 그것이 헛된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갈수록 학생들의 변시 집중현상이 심화되면서 변시와 무관한 과목은 개설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제 시험과목만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된 사람들을 실무의 수요에 맞춰 교육하는 일은 고스란히 로펌의 부담이 되었다. 우연히 유투브를 보다보니 미국의 로펌에서도 변호사들에 대한 내부교육을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다음은 2014년 NYU로스쿨에서 대형 로펌의 교육담당자들을 패널리스트로 초청해서 개최한 행사의 유투브 영상이다.
“What They Don’t Teach You in Law School”이란 제목의 이 동영상은 로펌 내부의 교육프로그램이 실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감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자료이다. 그 내용을 여기서 자세히 소개할 생각은 없다. 교육프로그램은 신입변호사를 상대로 한번 실시하는 것이 아니고 3년차에 한번, 7년차에 다시 한번, 하는 식으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한다는 점, 교육내용이 법률지식과 같은 실체적인 역량(substantive skill) 뿐 아니라 고객을 식사에 초청하는 방법 등과 같은 소프트 역량(soft skill)을 포함한다는 점은 이미 상당히 보편적인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참석한 패널리스트들이 이구동성으로 회계와 재무에 관한 지식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이들은 로스쿨학생들이 경영대학원생들과 공동으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실제 변호사업무에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에 비하면 우리 로스쿨에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훨씬 많은 편이라 그런 강의의 필요는 미국보다 다소 덜할지도 모르겠다. 이 동영상은 특히 앞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축해나갈지를 고민하는 로펌 관계자라면 한번 시청할 가치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저도 학교에 오기 직전까지 수년간 로펌에서 2-6년차 corporate 변호사 교육간사를 맡았습니다. 커리큘럼 짜고, 강사 섭외하고, 강의 현장 및 피드백 관리하고… 그런데 로펌 입장에서 가장 많이 투자를 해야할 우수한 주니어 변호사일수록 업무에 혹사당하여 정작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는 점이 딜레마였습니다. 미국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네요. 참, 그리고 올해 서울대 로스쿨 자본시장법은 그래도 20명 이상 수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