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에 관한 SOX법 규제의 평가

미국에서 엔론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회계부정 스캔들을 계기로 2002년 제정된 사베인옥슬리(SOX)법의 영향은 미국만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로 파급되었다. SOX법의 여러 내용 중 가장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내부통제의 유효성에 대한 경영자의 평가와 감사법인의 감사에 관한 §404이다. §404에 대해서는 기업계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는데 그 요지는 그것을 준수하는데 기업의 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오늘은 §404조 도입 20주년을 맞아 그 비용편익을 논한 Bainbridge교수의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Stephen M. Bainbridge, Sarbanes-Oxley § 404 at Twenty (2022)

논문은 모두 24페이지로 짧은 편이며 §404의 개요와 완화과정을 서술한 I장, 그 편익과 비용에 관한 실증연구를 조망한 II, III장, 그리고 §404의 전반적인 효과를 살펴본 IV장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취한다. 저자는 정부규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학자로 알려져 있으나 실증연구를 검토한 뒤 내린 저자의 결론은 비용과 편익의 어느 쪽이 더 큰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404를 준수하는 비용이 중소기업과 미국 상장을 원하는 외국회사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 SOX법 통과 후 상장폐지를 선택한 기업이 늘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404에 따른 감사비용이 회사의 연구개발과 혁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논문에서 흥미를 끈 것은 §404의 내용이나 그것이 완화되어온 과정보다는 규제의 내용이 그 비용과 편익에 대한 정보가 축적됨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되어 나가는 미국의 현실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특히 Ribstein교수가 말하는 “겸손한 규제”(humble regulation)란 아이디어에 눈길이 갔다. Ribstein교수와 Romano교수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중요한 금융규제를 새로 도입할 때에는 일몰조항을 둘 것을 주장한다. 그 근거는 Ribstein교수가 제시한 다음 세 가지 명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①규제의 비용과 편익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방향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②학자들이 그럴듯한 규제방안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정치현실이나 이해관계집단의 방해로 그것이 채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③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에도 정치인들보다는 시장주체들이 그것을 더 잘 시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규제가 일시적인 정치적 압력이나 정책담당자의 과도한 자신감으로 인하여 졸속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규제를 담당하는 정책결정자는 물론이고 규제를 연구하는 학자도 겸허하고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글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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