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법에서 델라웨어주법이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 위상은 처음 미국 회사법을 접했던 40여 년 전에 비하여 더 높아진 느낌이다. 다만 그것이 바람직한 현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다툼이 존재한다. 오늘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적어도 회사법의 “효율”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제시한 논문 한편을 소개한다. Robert J. Rhee, The Irrelevance of Delaware Corporate Law, 48 Journal of Corporation Law (2023) 저자는 이름에서 짐작되는 바와 같이 한국계 회사법학자로 현재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이다. 이력을 살펴보면 한국에 관한 논문도 있고 한국에 방문한 일도 있는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만나 본 일은 없다.
저자가 회사법의 효율을 측정하는 지표로 삼는 것은 회사의 가치(firm value)이다. 저자에 따르면 델라웨어 회사법이 효율적이라면 델라웨어 회사는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누려야 하는데 실증적으로 그런 시장프리미엄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의 명제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동원한 근거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2015년에서 2019년에 걸친 데이터에 기초한 기업가치평가에 관한 연구로 저자는 기업들이 델라웨어주에서 설립했다고 해서 가치평가에서 프리미엄을 누린 바 없고 거꾸로 다른 주에서 설립했다고 해서 디스카운트를 당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하나의 근거는 시장에서 발견되는 기업들의 실제 행동에 기초한 것이다. 만약 델라웨어주 회사가 프리미엄을 누린다면 다른 기존 회사들도 델라웨어주로 이동하거나 행동주의주주들이 이동하라는 압력을 가하거나 델라웨어주법의 적용여부에 따른 가격차를 노리고 거래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해야 할 텐데 그런 현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포춘500대기업의 3분의 1가량이 여전히 非델라웨어주 회사이고 그 회사들에는 Microsoft, Johnson & Johnson, GE, IBM 같은 유명한 대기업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델라웨어주 회사법이 효율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그것이 경영자에게 “효용”(utilitiy)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