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감시의무의 강화

미국에서 이사의 감시의무에 관한 리딩케이스는 Caremark판결이다. 1996년에 나온 Caremark판결은 이사의 감시의무를 인정함으로써 주목을 끌었지만 이사의 감시의무위반책임의 요건이 너무 엄격해서 현실적으로 주주의 승소가 어려웠다. 최근 델라웨어법원은 회사사업의 사활을 좌우하는(mission critical) 사항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감시의무를 인정하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2021.9.24.포스트 참조). 오늘은 이런 최근 판례의 동향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논문을 소개한다. Jennifer Arlen, Evolution of Director Oversight Duties and Liability under Caremark: Using Enhanced Information-Acquisition Duties in the Public Interest(2022). 저자는 기업범죄에 관한 연구업적으로 유명한 NYU로스쿨의 교수이다. 2016년 NYU방문 당시 교수휴게실에서 몇 번 마주쳤지만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저자는 회사의 문제로 대리비용과 아울러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들고 이사의 신인의무는 이 두 가지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인의무가 주로 이사의 사익추구를 억제하는 측면이 강조되었지만 외부효과에 해당하는 회사의 위법행위를 억제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델라웨어법원은 회사이익을 위해서 위법을 저지른 이사의 책임을 인정해왔지만 이제는 더 나아가 회사이익에 도움이 되는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서 이사에게 한층 강화된 감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이러한 이사의 강화된 감시의무는 단순히 회사 내지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이다. 저자는 대리문제와 미흡한 법집행으로 인하여 기업의 형사책임이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강화된 감시의무가 기업범죄를 억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논문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회사의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서 회사의 책임 외에 이사의 책임을 인정할 이유를 설명하고 2장에서는 이사의 감시의무를 인정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3장에서는 Caremark판결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저자에 따르면 Caremark판결에서는 이사들에게 위법행위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조사를 감시하는 것과 관련하여 광범한 재량을 허용하는데 저자는 회사가 그 위법행위로부터 이익을 얻는 경우에는 이사들이 감시를 제대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4장에서는 먼저 Caremark판결에 비하여 감시의무를 강화할 필요성을 살펴본다. 강화된 감시의무란 이사들이 법위반에 대해서 정보를 확보하고 조사를 감시할 특별한 의무인데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이러한 강화된 감시의무는 법준수에 대해서 회사나 사회가 각별한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최근의 델라웨어법원판결들은 바로 그런 강화된 감시의무가 인정된 사례라고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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